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뉴스브리핑] 북한 식량난과 인도적 지원

등록 2011-03-10 16:48

대북 인권단체 ‘좋은 벗들’의 이사장인 법륜 스님이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와 한파로 북한에서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도인 평양에서도 식량 배급이 불안정하며 “함흥의 한 진료소에서는 1월 내진 환자 180명 가운데 100명이 영양실조 환자였다”고 합니다. 함경남도의 도소재지인 함흥이 이 정도이니 다른 지역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북쪽 정권의 핵심 기반인 군대에도 식량난이 확산돼 강원도 한 부대에선 1년간 30명이 영양실조로 숨졌다고 하네요. 물론 법륜 스님 등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부 고위관리들의 인식은 전혀 다릅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어제 한국국방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방포럼 기조강연에서 “북한의 지난해 쌀 생산은 410여만톤에서 플러스마이너스 몇만톤으로 재작년(411만톤)보다 못하지 않다“며 “북한이 전 세계에 1천톤도 좋다, 1만톤이면 더 좋다고 하고 (식량을 구하러) 돌아다니는 것은 재고량에 대한 미래 예측을 하고 대비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북쪽이 정말 어려운 게 아니라 ‘2012년 강성대국 실현’ 목표에 맞춰 식량을 비축하려 한다는 거죠.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역시 ‘북한의 작황이 과거보다 안 나쁘고 수확 4개월밖에 안 됐는데 벌써 식량이 없다니 말이 되냐’며 ‘2012년에 대비한 잔치용 식량 확보’설을 제기했습니다.

정부의 인식이 이러니 당연히 대북 지원에도 소극적입니다. 거꾸로 대북 지원을 하지 않으려다 보니 식량난 평가에서 소극적으로 되는 것일 수도 있죠. 정부는 북쪽이 식량 지원을 바란다면 먼저 굽히고 들어오라는 태도를 보입니다. 현인택 장관은 “대규모 식량지원은 단순히 인도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고, 다른 고위관리는 북한의 비핵화 실천을 조건으로 달았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미국 쪽 움직임 때문입니다. 지금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현지에서 실태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올봄에 대북 식량지원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2008년 조지 부시 정부 당시 50만톤의 쌀 지원을 북한에 약속했으나 분배 투명성 문제로 갈등이 생겨 17만톤만 지원하고 2009년 3월 중단한 바 있습니다. 이걸 재개하면서 6자회담 국면으로 부드럽게 넘어가는 시나리오가 예상되는 거죠.

미국이 쌀 지원을 재개하면 우리 정부 입장이 곤란해집니다. 다른 나라들이 볼 때 인도적 지원까지도 외면하는 정부가 돼버리니까요. 최근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물밑 접촉을 하면서 북쪽이 우리 정부에 식량지원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쪽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비핵화 의지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합니다. 물밑 접촉이 있었든 없었든 정부가 쌀 지원 문제를 중요한 카드로 생각하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북쪽의 지난해 작황이 예년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100만톤 정도가 부족하다는 것에는 다들 동의합니다. 굶어 죽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인도적 지원에 나서는 게 옳지 않을까요? 게다가 우리는 지금 140만톤의 쌀을 그냥 창고에 쌓아놓고 있습니다. 쌀 지원은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이기도 하지요.

북한과 중국과의 교역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1억2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배로 늘었으며, 수입도 2억2400만달러로 2배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월평균 2억1천만달러였던 북-중 교역액이 하반기에 월평균 3억6천만달러로 급증한 뒤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거죠. 인도적 지원조차 회피하는 정부 태도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게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