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행성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크고 작은 지진 기록은 미국지질조사소 웹사이트(USGS.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3·11 일본 대지진 참사가 덮쳤을 때에도 많은 국내외 언론들이 이곳의 지진 현황 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했다. 예고 없이 덮치는 지진의 발생 시각, 진앙지, 규모, 여파 등에 관한 여러 데이터를 지진 발생 직후부터 한데 모아 보여주기 때문에 지진에 대처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곳에 집계된 1900년 이래 강진 기록을 보면, 가장 악명 높은 지진은 25만5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1976년 중국 탕산 지진(규모 7.5)이었다. 2004년 수마트라 강진(9.1)은 22만8000명가량의 사망자를, 지난해 아이티 강진(7.0)은 22만2500여명의 사망자를 냈다. 2005년과 2008년에도 파키스탄(7.6)과 중국 쓰촨성(7.9)에서 8만6000명과 8만7500여명이 희생됐다. 2004년 이후에 강진과 쓰나미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무려 60만명을 훌쩍 넘는다. 특히 근래 강진은 바다 한복판이나 불모지가 아니라 사람이 몰려 사는 지역 부근에서 일어나 참사와 공포를 키웠다.
지구과학의 무정한 언어로 말하면 지진은 지구가 살아 움직이는 행성임을 보여주는 에너지 유동의 결과다. 지구 내부의 열에너지가 지각을 통해 발산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 과학자는 “그 에너지는 연평균 10의 17~18제곱 줄(J)가량으로 대체로 일정하다”고 말한다. 크고 작은 지진 에너지를 다 합산할 수 있다면 에너지 총합은 일정하리라는 얘기다. 그 주기는 우리가 인식하기 힘든 긴 시간 단위로 변하며, 에너지는 이곳저곳에 천천히 지각의 스트레스로 쌓이다가 일순간에 터진다. 그래서 지진 참사는 우리가 첨단 인공물로도 예보할 수 없고 대응하기 힘든 거대 시스템의 자연에 사는 나약한 존재임을 공포를 통해 일깨워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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