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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디펜던트>의 `간바레 니폰, 간바레 도호쿠'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등록 2011-03-17 19:01수정 2011-03-17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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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에 `간바레 니폰, 간바레 도후쿠'지면을 만든 영국 인디펜던트지 편집국장 존 마린.  일본 대지진 피해 다다음날인 13일치 1면 신문을 선보이고 있다. 런던/아사히신문
1면에 `간바레 니폰, 간바레 도후쿠'지면을 만든 영국 인디펜던트지 편집국장 존 마린. 일본 대지진 피해 다다음날인 13일치 1면 신문을 선보이고 있다. 런던/아사히신문
신문사 편집국장은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날마다 쏟아지는 국내외 뉴스 가운데 1면 머리를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1면 머리기사는 신문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지가 아니라 권위지를 자처하는 신문이라면 다른 신문과 다른 차별성 있는 얼굴 선택에 고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3월11일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사태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편집국장은 얼굴 걱정은 덜할지 모른다. 사건을 잘 정리만 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국의 권위지로 평가받는 <인디펜던트>의 편집국장 존 마린은 과감하고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1면 전면에 일본 국기를 싣고 가운데 일본어로 `간바레(힘내라) 일본, 간바레 도호쿠‘라는 글씨를 써넣은 파격적인 1면 편집을 선보였다. 이날치 <인디펜던트>의 지면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참사을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응원의 메시지를 이처럼 간명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표명한 신문은 세계 어디서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침몰’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1면에 단 한국의 보수지와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편집이었다. 한겨레가 14일치에 고은 시인의 ‘일본에의 예의’라는 위로와 격려를 담은 시를 1면에 게재한 것도 솔직히 인디펜던트의 편집에 자극받은 측면이 있음을 밝혀둔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편집국장 존 마린(48)은 어떻게 이런 과감한 결정을 했을까?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16일치에서 그 결정과정을 런던발로 상세히 전해 눈길을 끈다. 기사에 따르면 12일 아침 <인디펜던트>의 편집회의에서 데스크의 한 사람이 ‘내 부인은 일본인인데 감동적인 블로그를 읽었다’고 말문을 꺼낸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블로그 글의 주인공은 일본의 개그맨 다테 미키오(36). 그는 집채만한 쓰나미가 몰려온 11일 미야기현 게센누마시의 어시장에서 촬영중 쓰나미를 만나 산으로 피난해 가까스로 난을 피했다고 한다. 다음날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렸다. “모든 상점은 문을 닫았습니다. (교통)신호도 없습니다. 그런데 서로 잘 도우며 순서를 양보하고 있네요. 그러니까 이상한 사고나 싸움이 없습니다. 이것은 대단합니다. 전후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일본을 부활시켰습니다. 세계에서 기적으로 불리는 일본의 부흥. 반드시 부흥합니다! 일본을 깔보지마, 도호쿠를 깔보지마!”

쓰나미 현장에서 촬영중 간신히 생명을 건진 뒤 일본인의 질서정연한 모습과 희망을 담은 블로그글을 올려 인디펜던트 1면의 파격편집에 영향을 준 일본의 개그맨 다테 미키오. 아시히신문
쓰나미 현장에서 촬영중 간신히 생명을 건진 뒤 일본인의 질서정연한 모습과 희망을 담은 블로그글을 올려 인디펜던트 1면의 파격편집에 영향을 준 일본의 개그맨 다테 미키오. 아시히신문

블로그 내용을 들은 마린 편집국장은 흥미를 가졌다. “나도 공감했습니다. 재난의 비참함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메시지의 발신도 신문의 역할입니다.” 블로그에서 힌트를 얻어 일본에 대한 애정의 메시지와 일본 국기를 합쳐서 그래픽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렇지만 편집위원회 멤버 가운데는 쓰나미에 휩쓸린 마을과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폭발 사진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마린 국장은 망설였지만 마감 직전에 ‘신문을 지탱하는 힘은 독자와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그의 결론이 그 뒤 <인디펜던트>의 성가를 높인 것은 물론이다. 20만부 안팎의 적은 부수이지만 그 공신력과 신뢰성은 이미 권위지 반열에 올라선 인디펜던트는 이번 머리기사로 다시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는 신문으로 발돋움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반적인 신문만들기의 틀을 벗어난다는 것은 의외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마린 국장이 한겨레 신문 머리기사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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