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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스포츠 비즈니스 솔리다리테 / 신재휴

등록 2011-04-03 19:32수정 2011-04-03 19:46

신재휴 서울시립대 생활체육정보학과 교수
신재휴 서울시립대 생활체육정보학과 교수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경기장은 수많은 관중과 카메라로 가득 찼다. 대지진 피해 복구를 돕고자 마련된 해외파 일본 축구대표팀과 J리그 선발팀의 자선 축구경기였다. 원래는 일본 대표팀과 뉴질랜드 대표팀이 A매치를 치를 예정이었지만 대지진 피해로 대회가 무산되면서 일본축구협회와 J리그가 ‘힘내자 일본!’이라고 이름붙여진 자선 기획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경기에는 일본뿐만 아니라 외국의 많은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여 입장권 판매 개시 10여분 만에 3만8000여장이 팔렸다. 당일에는 성금도 모아 입장권 판매 대금 등 각종 수익금과 함께 피해 복구 지원금으로 전달되었다.

비슷한 시각, 일본 프로야구계는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대지진과 원전 방사능 유출에도 불구하고 리그 개막을 강행하려는 쪽과 연기하려는 쪽의 논쟁 때문이었다. 원전 사고로 인한 전력난으로 도쿄 등 수도권 지역이 여름까지 계획정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센트럴리그 쪽은 야간경기를 예정대로 강행하려 했고, 이에 반대하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정부·언론의 압박도 있었다. 본거지 구장이 모두 피해를 보지 않은 센트럴리그 쪽은 야구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자는 명분으로 예정대로 개막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수억엔에 이르는 입장료와 중계권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먹을 것, 입을 것, 잠잘 곳이 우선인 이재민들과 전기를 쪼개 쓰는 도쿄 시민들에게 프로야구는 이미 부르주아적인 상품이었고, 리그 강행은 일본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결국 개막전은 연기되었고 야간경기는 계속 논의중인 상태다.

두 인기 스포츠를 바라보면서 우선 두 주관단체의 경영 철학 차이가 느껴진다. 이미 일본 프로야구는 너무 상업화되었다는 생각이다. 큰 수익이 보이는 상황에서 리그 개막은 특정인이 멈출 수 없는 구조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리그, 구단, 방송사 등 각 이해관계자의 상업화 구조 속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처음부터 사업성을 내세우지 않고, 축구 진흥이 아니라 지역 진흥이라는 공익성을 바탕으로 출범한 일본의 프로축구는 철저한 지역 연고를 통해 지금의 J리그 부흥을 만들어냈다. 이날 감동의 축구 자선대회를 선사한 일본축구협회와 J리그는 이틀 전에는 지진재난 피난처인 한 초등학교 강당에 J리그 선수들이 방문해 아이들과 온종일 재미있게 놀아주는 행사도 마련했다. 스포츠 경기를 생산하고 운영권을 쥐고 있는 스포츠단체의 이념과 구조가 중요함을 새삼 느끼는 대목이다.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뿐 아니라 비인기 스포츠 단체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이치로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의 아름다운 기부가 국민을 감동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프로축구 경기 전에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묵념을 해 일본인들에게 감동을 주고, 박찬호·박지성 등의 기부로 ‘스포츠 솔리다리테(연대)’를 나누고 있다. 동시에 이번 일본 동북지방 재난을 보며 프로스포츠 경기는 재난시에는 우선이 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의식주와 생존이 필요한 상황에서 스포츠경기는 사치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대표팀과 J리그팀의 자선 축구경기를 통해 한층 더 세련된 기부 문화를 선보일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날 경기에서 일본 축구의 영웅인 44살 가즈 선수가 전력을 다하는 모습은 대지진 피해 주민들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표출했고, 그가 골을 넣자 4만명을 뛰어넘는 대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단숨에 매진될 만큼 입장권을 구매한 일본 국민은 물론 대회 후원, 스폰서, 방영권, 그라운드의 보드 광고 등을 통한 일본 기업의 기부 역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날의 자선 경기는 한-일전을 통한 기부 아이디어도 떠오르게 한다. 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중계권과 마케팅 권리 등을 모두 일본 쪽에 주는 것이다. 기부는 상대방의 마음을 살필 때 더욱 빛이 난다. 스포츠를 통해 이런 마음들이 앞으로도 더욱 모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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