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존엄성의 문제, 전월세 상한제 / 이종훈

등록 2011-04-04 20:03수정 2011-04-04 20:06

이종훈 명지대 법대 교수·변호사
이종훈 명지대 법대 교수·변호사
우리가 존엄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면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먹을 수 있고 옷을 입을 수 있다고 해도 우리가 살 수 있는 집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사회도 안정된 사회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주거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권이며, 개인의 능력 차이 이전에 국가라는 사회공동체가 최소한으로 책임져야 할 사회 유지를 위한 책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인 생존의 밑바탕인 주거의 안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물론 그 큰 책임은 50년 넘게 국민들로 하여금 한정된 토지를 일확천금의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방치한 정부에 있고, 그런 결정을 한 정부의 핵심에는 자신의 이익이 이에 일치하는 일부 지도자가 있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만 보더라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너무 소홀했고, 뉴타운 개발 공약을 남발한 나머지 동시다발적인 이주 수요를 촉발했으며, 이것이 지금의 전셋값 폭등의 주범 중 하나라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과거의 잘못만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에는 주거 불안이라는 당면한 문제가 너무 냉혹하고 당장 해결이 급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전셋값이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7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2년 이상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 냉혹한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올해 하반기에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한 주택이동 수요가 몰려 있어 상승세의 지속 및 상승폭의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짓더라도 당장 입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효과가 곧 나타날 수는 없고, 따라서 최후의 수단 중 하나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에서 어떻게 국가가 법으로 전월세 가격을 제한할 수 있느냐고 반대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 체제는 완전 시장경제만을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어느 정도 사회주의적인 제도의 도입을 인정하고 있다. 의료보험제도와 사회보장제도 및 과거 서울 강남 3구만을 대상으로 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이 그것이다.

전월세 상한제가 집주인만을 탐욕의 대상으로 낙인찍는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주거 안정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집주인의 욕심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통제하자는 것이 왜 문제인가? 그리고 전셋값이 폭등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시적으로만 규제하자는 것이 왜 부당한 일인가? 비정상적인 전셋값 폭등을 일시적·부분적으로 막자는데, 그것이 그렇게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시장경제를 뒤집는 일인가?

전세금 인상을 법으로 억제하면 집주인들이 전세를 주지 않고 월세로 돌리게 되어 집 없는 서민에게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전세뿐만 아니라 월세도 함께 과도한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쓴다면, 한시적인 규제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작용보다는 주거 안정의 확보라는 이익이 더 클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 한시바삐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상한을 설정할 것인지, 규제를 당하는 집주인에게 어떠한 보상책을 마련할 것인지는 여야가 논의해 합리적으로 정하면 될 일이다. 주거 안정이라는 우리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조속히 이 해결책의 도입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이번에도 시기를 놓친다면, 중요한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민의 분노를 정부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모두 공존공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현명하고 과단성 있는 전월세 상한제의 도입을 바라 마지않는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