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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등록금, 반값이 아니라 없어져야 한다 / 고부응

등록 2011-04-06 19:25

고부응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고부응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세계에서 둘째로 비싸다지만 국민소득 등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셈이다. 더구나 등록금이 가장 비싸다는 미국에서조차도 대학 예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30% 정도다. 반면 한국 대학의 예산은 거의 전적으로 학생 등록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사실은 한국 대학의 운영비 조달 방식이 극단적으로 비정상 상태임을 말해준다. 등록금을 현재의 반 정도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적절한 대학 등록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등록금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대학은 정부 재정으로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역사에서 운영비를 학생이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성직자 양성이 주목적이었던 중세의 대학에서는 운영비를 교회가 주로 부담했다. 왕권국가가 성립한 16세기 이후 대학 교육은 공직자 양성이 주목적이었기에 왕실에서 운영비를 부담했다. 19세기 이후 나타난 현대의 대학은 학문의 발전이 곧 국가의 발전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기에 대학 운영비는 정부가 부담한다. 정부 재원으로 대학이 운영되는 것은 국민소득이 높은 유럽의 여러 나라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남미의 브라질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대학 운영비는 거의 대부분 정부 재정으로 충당된다. 미국이나 한국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다. 미국과 한국에서 등록금 납부라는 관행이 생긴 것은 자국 정부를 갖지 못한 식민지 시절에 대학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자국 정부를 갖게 된, 더구나 경제 규모 세계 13위로 성장한 한국에서 대학 운영비를 학생의 등록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수치스런 관행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에서는 이를 더 구체화해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헌법과 법률로 국민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현재의 상황은 이런 기본권이 박탈된 상태라 할 수 있다. 평균 가계소득이 한해 4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데 학생 1명이 1년간 내야 할 대학 등록금이 1000만원 가까이 된다는 것은 중산층 이하의 국민들은 정상적인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에서 등록금을 받을 수도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에 등록금을 받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현실을 고려한 예외 규정이지 등록금을 받는 관행이 정상이라는 뜻은 아니다. 예산 부족을 핑계로 정부가 대학 운영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정부가 그 책임을 유기하고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

국민은 대학 운영비를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해야 한다. 물론 중등교육의 운영비조차 책임지지 않는 정부에 대학 운영비를 책임지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중등교육의 운영비조차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정부의 직무유기 정도가 그만큼 극심함을 말해줄 뿐이다. 현재 한국의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준비기관이 된 중·고등학교에서, 그리고 취업준비기관이 된 대학에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공적 이익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정부는 세금을 더 징수해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멀쩡한 강에 삽질을 하며 버려지는 돈과 같은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고 모자라는 재원은 징세를 통해 확보한다면 교육비를 개인이 부담하는 수치스런 관행은 곧 종식될 수 있다. 국민은 중·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등록금을 없애고 정부가 그 운영비를 책임지라고 요구함으로써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고부응 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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