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누구(壘球)라 했으면 어땠을까. 누구? 영어의 베이스볼을 한자 뜻에 따라 누(壘, base)와 구(球, ball)로 이 땅에 들여왔다면 한창 열기가 높아지고 있는 프로야구는 ‘프로누구’가 되었을지 모른다. 20세기 초 한반도에 야구가 도입될 당시엔 타구(打球), 격구(擊球) 또는 원어인 베이스볼을 쓰기도 했지만, 일본 제일고등중학교(현 도쿄대학 교양학부) 학생이 ‘야큐’(野球, やきゅう)로 번역한 것이 전해져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위키백과사전>)
한국 프로야구가 올해로 서른 살이 되었다. 외형적인 발전만큼이나 경기 수준도 높아졌다. 야구 용어도 정리되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를 우리말로 다듬고 일본투 용어를 솎아낸 결과다. 속어에서 비롯한 ‘빈볼’은 ‘위협구’로, 얼치기 영어인 ‘포볼’과 ‘데드볼’은 ‘볼넷’과 ‘몸에 맞는 공’으로 다듬었다. 중계방송을 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를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이 힘쓴 덕분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등장하는 야구 관련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주 방송에 출연한 어떤 전문가는 “투수의 쿠세가…”라는 표현을 했다. 이 말을 되받아 전한 아나운서는 “투구 습관이…”로 방송했다. 여기서 ‘쿠세’(癖, くせ)는 ‘버릇·습관’을 뜻하는 일본어다. “어설픈 외국어 남용으로 전문가인 양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달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계의 기본은 정확한 전달’이라는 소신을 갖고 이십여년 야구 중계를 해온 한 아나운서의 말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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