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수업을 참관하던 장학사가 지구본을 가리키며 학생에게 물었다. “저게 왜 기울어져 있지요?” 학생이 놀란 눈으로 답한다. “제가 안 그랬어요.” 어이없는 표정의 장학사와 눈이 마주친 교사가 당황하며 하는 말, “사 올 때부터 그랬는데요.” 이때 교장이 끼어들며 “국산이 다 그렇지요” 받아넘긴다. 실제 상황은 물론 아니다. 케케묵은 우스개니까.
외제라면 다 좋다던 때가 있었다. ‘미제 아줌마’ 보따리에서 풀려나온 ‘피엑스(PX) 물건’, ‘월남전 참전 용사’가 귀국할 때 사들고 온 ‘일제 스테레오’, 도회지에서도 드물게 볼 수 있던 ‘프랑스제 미니카’ 따위가 대접받던 시절의 일이다. 시대는 바뀌어 외국 물건에 고개 젓는 일이 많아졌다. ‘신토불이’를 내세운 농수축산품인 경우 더욱 그렇다. ‘일본 방사능’ 이후 원산지를 확인하는 이도 부쩍 늘었다. 나도 그 가운데 하나. 부산 출장길에 들른 ‘밀면집’의 원산지 표시를 보니 돼지고기와 김치는 국내산, 밀가루는 ‘수입산’이란다. 왠지 낯설었다. 국내산의 반대말은 ‘수입산’일까?
“국산 돼지고기는 붉은색이 선명하지만 수입산은 검붉은 색입니다.”(ㅎ방송 뉴스) “마늘은 뿌리가 붙어 있는 것이 국산, 뿌리 부분이 매끄럽게 잘린 것이 수입산입니다.”(ㅅ방송 뉴스)
‘-산(産)’은 ‘(지역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어) 거기에서 산출된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표준국어대사전>)이다. 국내산에 맞서는 말은 ‘미국산, 일본산, 중국산…’이다. 원산지가 ‘다국적’이면 ‘외국산’이라 하고 국명을 따로 밝히는 게 맞다. 그래야 정직하고 바른 말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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