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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방송말] 탄신일 / 강재형

등록 2011-05-05 20:03

분홍빛 잇몸에서 삐죽이 돋아나는 배냇니 생각을 했다. 곱게 돋아나는 연둣빛 여린 잎사귀를 보며 떠올린 생각이다. 연초록이 싱그럽게 빛나는 완연한 봄날, ‘날’이 참 많은 오월이다. 온갖 날의 시작을 알리는 어린이날은 그냥 ‘아이들의 날’이 아니다. 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니까. ‘철없는 어린것’도 존중하듯 ‘날’을 높이기도 한다. 태어남·출생을 높여 탄생이라 하고, 생일을 높여서 생신·탄신이라 이른다. 탄신(誕辰)은 탄생일과 한뜻이다.

‘탄신일’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충무공 탄신일을 기념해 새롭게 보물로 지정됐습니다.”(ㅁ방송 뉴스), “이순신 장군 탄신일을 맞아 충남 현충사에…”(ㅅ방송 뉴스)처럼 꽤 많이 쓰는 표현이다. ‘탄신일’은 생신·탄신의 ‘신’이 ‘날’을 뜻하는 한자이기에 ‘생신일’처럼 사전에 오르지 못한 표현이다. 의미가 겹치기 때문이라는 게 국립국어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생일날(生日-)이 표제어인 걸 보면 옹색한 답이다.

다음주 화요일은 ‘부처님 오신 날’ 곧 ‘석가탄신’이다. 그날 봉축법요식과 연등행렬을 다룬 기사에는 ‘석가탄신’과 ‘석가탄신일’ 중에 어느 게 더 많이 나올까? 한 검색 사이트에서 지난 20년 동안의 방송·통신사 뉴스를 검색해 보니 답이 나왔다. 탄신일 2650건, 탄신 85건이었다. 족발(足-)과 의붓아비(義父--), 초가집(草家-)처럼 관용으로 굳어진 말은 인정하는 게 옹색함을 벗어나는 길이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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