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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방송말] 염두하다 / 강재형

등록 2011-05-12 20:03

말글과 더불어 사는 이들은 낱말과 문장, 소릿값을 늘 염두에 두고 지낸다. 염두(念頭)는 한자 뜻 그대로 ‘생각의 머리(시작)’이고 ‘의중’이나 ‘심중’과 비슷한 뜻이기도 하다. 사전 뜻풀이는 ‘생각의 시초’와 ‘마음속’(<표준국어대사전>). ‘염두에 두다’, ‘염두에 없다’, ‘염두 밖의 일’처럼 쓴다. ‘염두를 떠나지 않는다’, ‘염두에 놓치지 않다’ 같은 용례도 있다. 이런 표현은 어떤가. “연휴 정체 상황 염두하시기 바랍니다.” 교통 정보에 나온 말이다. 이 방송을 들으며 내 귀를 의심했다. 염두하다?

동사꼴인 ‘염두하다’는 우리말에 없다. “실종자들의 사망을 염두한 것이 아니냐…”(ㅇ케이블), “지수 조정 및 2000p 염두한 저가 매수 반등”(ㅇ경제케이블), “재선을 염두한 포석을 두었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ㅁ방송) 모두 틀렸다. 관련 표현을 검색해보니 2000년대 중반부터 ‘염두하다’ 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구인가 ‘염두에 두다’를 ‘염두해 두다’로 잘못 받아들여 쓰기 시작한 게 ‘오용의 씨앗’이 되었으리라. 이런 오용은 문장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으로도 바로잡을 수 있다. ‘(사망을) 염두하다’는 ‘~ 예단하다’로, ‘재선을 염두한 포석’은 ‘~ 내다본 포석’으로 다듬을 수 있다.

방송인은 보도, 교양, 오락, 어떤 프로그램을 하든 충실한 전달자여야 한다. 정보를 제대로 전하기 위한 바탕은 바른 낱말 사용이다. 낱말의 제 뜻 살펴 쓰는 데 사전만한 길잡이는 없다. 반듯한 아나운서는 오늘도 사전을 벗 삼아 산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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