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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고엽제 소송

등록 2011-05-23 18:49

지난 2006년 1월26일 서울고법에서 ‘국제적인’ 판결이 나왔다. 베트남전쟁에서 고엽제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에게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 다우케미컬과 몬샌토가 배상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고엽제 제조사의 책임을 물은 세계 첫 판결이다.

소송은 1999년 시작됐다. 그해 10월 국내 고엽제 피해자 1만7000여명은 두 제조사를 상대로 5조1600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하지만 2002년 1심 재판부는 “고엽제와 질병 사이에 일반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은 미국 국립과학원 보고서를 인용해 “고엽제 유해물질 다이옥신과 폐암, 후두암, 전립선암 등 11가지 후유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두 회사가 6795명에게 63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미국에 고엽제 피해자가 많은데도 제조사 배상 판결이 한국에서 처음 나온 것은 미국 법원의 인색함 때문이다. 베트남 참전 미군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잇따라 소송을 냈고, 1984년 처음으로 1억8000만달러를 받는 화해를 맺었다. 그렇지만 이후 비슷한 소송들에선 “정부의 합법적인 주문을 따랐으므로 처벌돼선 안 된다”는 제조사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피해자들의 청구가 모두 기각됐다.

문제는 대법원이다. 2심이 끝난 지 5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와야만 다우케미컬과 몬샌토가 배상을 거부하더라도 두 회사가 한국에서 보유한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 있다. 법원이 두 회사의 국내 특허권 가치를 감정해 그만큼 강제집행하는 방식이다.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대량 매몰했다고 전직 주한미군이 증언하자 한·미가 공동조사에 합의했다. 이번 일이 대법원이 고엽제 소송에 속도를 내게 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

정재권 논설위원 j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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