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학자들은 오랫동안 글로 쓰인 모든 것이 모인 ‘만물 도서관’을 꿈꿔왔다. 그리고 그 꿈은 갑자기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구글이 지난 2004년 5개 주요 학술도서관의 장서를 모두 디지털로 스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만물 도서관은 그 누가 상상했던 것보다도 더 훌륭하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람이 모든 책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뿐만 아니라 그림·음악·영화 등 디지털로 보관될 수 있는 모든 창의적인 표현물을 전부 아우를 수도 있다.
하지만 구글의 계획은 큰 걸림돌에 부닥쳤다. 학술도서관에 있는 책 대부분이 저작권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저작권에 관계없이 모든 책을 스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저작권이 있는 책을 검색한 사람은 그 책의 극히 일부분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상당수의 출판사와 저자는 이런 구글의 방침에 동의하지 않았고, 일부는 구글을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이익을 나눠 가지는 조건으로 결국 합의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난 3월 말 미국 뉴욕 맨해튼 법원의 데니 친 판사가 그 합의안을 거부함으로써 상황은 다시 변했다. 친 판사는 구글의 디지털도서관 사업이 저작권은 아직 남아 있지만 더이상 인쇄된 책은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고아 책’에 대한 독점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친 판사는 ‘고아 책’에 대한 권리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법원이 아니라 의회라고 고집했고, 이런 판단은 전적으로 옳다. 이 사안은 저자나 출판사, 구글뿐만 아니라 지식의 이용과 보급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친 판사의 판단은 만물 도서관의 꿈을 일시적으로 후퇴시키긴 했지만 동시에 그것이 어떻게 현실화돼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줬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모든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만드느냐다. 예전에 미국의 저자는 책이 나온 뒤 14년 동안 저작권을 보호받았다. 대부분에게 14년은 저작을 통해 수익을 얻는 데 충분한 기간이었지만, 저작권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은 계속 의회에 그 기간을 연장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결국 저작권 보호 기간은 저자가 죽은 뒤 70년으로 늘어났다. 1998년 발효된 이 법안은 ‘미키마우스 보호법’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법안이 ‘월트 디즈니’가 이 유명한 캐릭터의 저작권을 유지하도록 도왔기 때문이다.
저작권이 이렇게 오래 유지되는 탓에 도서관에 있는 책의 75%는 ‘고아’로 남게 됐다. 지식, 문화, 문학적 성취의 방대한 집합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접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런 책이 디지털화된다면 모든 사람이 책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캘리포니아 디지털도서관의 기술감독인 피터 브랜틀리가 “우리는 이렇게 고아가 된 책을 선반 속에서 꺼내 스캐너 위에 올릴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하버드대학 도서관의 로버트 단턴 국장은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여러개의 재단이 연합해 돈을 대고 여러곳의 도서관이 연계한 디지털공공도서관이다. 그는 의회가 비영리 공공도서관이 고아 책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허용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큰 진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만물 디지털공공도서관의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 많은 유럽 국가와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이른바 ‘공공 대여권’을 만드는 법안을 채택해 왔다. 만물 공공도서관은 디지털 버전의 책이 얼마나 많이 읽혔는가를 기준으로 저자나 출판사에 요금이 지급되는 조건 아래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사람을 달에 보내고 인간 게놈을 풀 수 있다면, 만물 디지털공공도서관과 비슷한 무언가도 고안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완수하기 더 힘든 또다른 도덕적 의무와 맞닥뜨릴 것이다. 바로 세계 인구의 30%에도 못 미치는 인터넷 접근 비율을 높이는 일 말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생명윤리학
이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큰 진전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만물 디지털공공도서관의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 많은 유럽 국가와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등은 이른바 ‘공공 대여권’을 만드는 법안을 채택해 왔다. 만물 공공도서관은 디지털 버전의 책이 얼마나 많이 읽혔는가를 기준으로 저자나 출판사에 요금이 지급되는 조건 아래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사람을 달에 보내고 인간 게놈을 풀 수 있다면, 만물 디지털공공도서관과 비슷한 무언가도 고안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완수하기 더 힘든 또다른 도덕적 의무와 맞닥뜨릴 것이다. 바로 세계 인구의 30%에도 못 미치는 인터넷 접근 비율을 높이는 일 말이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생명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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