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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캠프 캐럴, 캠프 마켓, 캠프 페이지 / 손준현

등록 2011-05-29 21:36수정 2011-05-29 21:47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주말에 환경단체 활동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군의 고엽제 매립 사건이 터졌으니 이번 기회에 여론조사를 해봐야 하는 게 아닙니까?” 그는 대뜸 내게 물었다.

“왜관 캠프 캐럴의 고엽제 오염물질을 다시 춘천 캠프 페이지로 옮겼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요.” 그는 심각해졌다. 그가 근거로 든 것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나온 반환 미군기지 48곳의 환경오염 조사결과 보고서다. “발암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의 경우 캠프 페이지에서 캠프 캐럴이나 부평 캠프 마켓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지요.” 그는 이 검출량은 조사대상 미군기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고 덧붙였다.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은 2003~2004년 미군의 캠프 캐럴에 대한 조사에서 기준치의 30배 이상이 검출됐다. 이 물질은 백혈병·림프종·뇌질환·간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섬유나 금속 세척, 반도체 이물질 제거에 쓰인다. 백혈병에 걸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은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공장에서 쓰였다고 주장한다.

미군이 춘천 캠프 페이지에 고엽제를 매립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퇴역미군 지원 사이트는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레인 이글스가 지난 2007년 이 사이트에 “1979년 방역단 활동 과정에서 주한 미군기지에 매립된 다량의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고 공개했다.

다시 그 환경단체 활동가의 말을 들어보자. “실제 캠프 페이지로 위험물질을 옮겼는지는 다시 조사해봐야 명백히 가려지겠지만, 이런 증언들은 그만큼 고엽제를 포함한 독성 화학물질이 전국의 미군기지에 폭넓게 매립됐다는 방증입니다.”

그가 전화를 걸어온 때는 “1968년 주한미군 병사들이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대량으로 매립했다”는 증언에 이어 “부평 캠프 마켓으로 고엽제를 포함한 폐기물을 옮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였다. 또 캠프 캐럴의 고엽제는 부천 캠프 머서로부터 왔다는 보도도 나왔을 때였다. 그동안 미군은 비무장지대(DMZ)에서 5만여명의 한국군을 투입해 고엽제를 뿌렸으며, 이 중 3만명 이상의 군인들이 고통받고 있었을 것이라는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초까지 민간인을 동원해 비무장지대에 고엽제 의심 화학물질을 뿌렸다는 주민들의 증언까지 나왔다.

전화통화는 자연스레 국민의 불안과 공포로 이어졌다. 주로 1960년대 후반 이후 베트남 파병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중추신경장애·악성종양·근질환·간질환·당뇨 등 고엽제 후유증에 대해 폭넓게 환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전국의 미군기지와 비무장지대 인근 주민들 가운데 이런 증상의 환자들이 있다면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 활동가는 여론조사를 제안하면서 “이참에 모든 주한 미군기지에 대한 고엽제 등의 매립과 토양오염 실태를 조사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또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생각이 그렇게 나온다면 우리 정부도 미군기지에 대한 전면적인 오염실태 조사를 요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환경전문가인 한광용 박사는 “미군기지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는데도 정부가 무조건 ‘괜찮다’고 하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진상조사는 한국 쪽의 주도적인 역할과 시민사회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정부가 국민의 불안과 공포를 안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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