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국격, 시청료 1천원과 최저임금 1천원 / 손준현

등록 2011-06-26 18:59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수신료 인상이 시급했는지
최저임금 인상이 더 중요했는지
내년 선거는 가르쳐줄 것이다
<만원의 행복>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1만원이 아니라 단돈 1000원에도 행복은 도처에 널렸다. 손에 쥔 1000원은 사람에 따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이다. 문제는 그 1000원을 어떻게 쓸지를 판단하는 것. 1000원은 <한국방송>(KBS)이 요구하는 월 수신료 인상액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학수고대하는 최저임금 인상 요구액이기도 하다.

‘국격’이란 말이 있다.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국가의 품격을 뜻한다는 것쯤은 국민들도 안다. 그 쓰임새가 정권에서 국가를 내세워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할 때 쓰는 말이라는 것쯤도 국민들은 안다. 그 편리한 용례는 ‘대한민국 대통령 이명박’뿐 아니라 ‘한국방송 사장 김인규’도 즐겨찾기로 등록한 모양이다. 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 정상회의 앞뒤로 이 말을 자주 했고, 뒤질세라 김 사장도 이 단어를 요긴하게 쓰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사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방송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따뜻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국격에 맞는 공영방송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며 말에 뱃심을 실었다. 김 사장은 26일 새벽까지 계속된 한국방송 토론회에서 수신료 1000원 인상이 왜 필요한지를 힘줘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특보 출신이다.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각종 비리·폭력행위를 저지른 인사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노사 합의로 원만히 끝난 파업을 불법이라 낙인찍어 60명을 무더기로 징계 회부하고, 댓글이나 트위터 글까지 문제 삼아 중징계를 남발하는 것이 과연 ‘국격에 맞는 공영방송’에서 있을 법한 일인가”라고 김 사장에게 따졌다.

한국방송은 지난해 12월 초 방송 예정이던 <추적 60분> ‘사업권 회수 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에 대해 ‘균형성’ 등을 문제 삼아 불방시켰다. 지난달 16일엔 <추적 60분> 불방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김범수·임종윤 피디를 경고 처분하기도 했다.

수신료 인상은 전 정권 때부터 추진되던 숙원사업이고, 공영성 확대라는 본뜻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공정성 확보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실제 상황에서는 설득력을 잃는다.

수신료 1000원 인상 요구 한편에, 최저임금 1000원 인상 요구가 있다. 현재 최저임금은 시급 4320원으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26%에 불과한 극히 열악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저임금 계층이 25.6%로 가장 많다고 참여연대는 밝힌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5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이고, 지하철·상수도 등 공공요금도 큰 폭으로 오를 예정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 들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2.5% 이상 하락했다. 1년에 1000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도 거리로 나왔다. 대학생이 아니라 ‘알바생’이라는 자조도 쏟아진다.

“등록금 다운(Down), 최저임금 업(Up)!”이라는 펼침막이 펄럭인다. 시민 10명 중 6명은 현행 시급 4320원인 최저임금을 550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본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격, 즉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은 무엇보다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해 국민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4·27 재보선 패배 뒤, 한나라당은 ‘좌클릭’ ‘우클릭’을 거듭하며 민생현안 표적을 향해 ‘영점 조정’에 들어갔다. 표적을 비켜가는 헛총질 속에 피흘리며 스러지는 노동자들을 우리는 수도 없이 봤다. 수신료 1000원 인상이 시급했는지, 최저임금 1000원 인상이 더 중요했는지 내년 선거는 똑똑히 가르쳐줄 것이다.

dus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