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구 산림청장
사막화·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 식량부족 문제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세계적 식량부족 문제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독일 정부의 해외원조 기관인 국제협력단(GTZ) 자료에 따르면, 온실가스 발생의 주원인 가운데 사막화와 토지 이용과 관련된 산림관리 부문이 산업 부문이나 에너지 공급을 통한 이산화탄소 발생량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토지 황폐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경작지가 계속 줄어들어 전세계적으로 안정된 식량공급을 위한 생산능력 증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사막화는 사막 보유국과 그 주변국들에만 해당되는 지엽적인 환경 이슈가 아니라, 온실가스 발생과 빈곤의 야기 등 다양한 형태의 지구촌 문제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봄이 되면 중국과 몽골 지역 사막의 모래먼지로 인한 황사 피해가 극심하다. 특히, 올해는 몽골과 중국 북부지역 등 황사 발원지의 겨울 가뭄으로 지난 5월 황사특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매년 황사로 겪는 피해는 최대 9조9000억원에 달하며, 건강은 물론 식물생장과 실외서비스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기 순환과 같은 기후적 요인과 지나친 방목·오염 등 인위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사막화는 빈곤국뿐 아니라 유럽·미주 등 선진국에서도 골치를 앓고 있는 환경문제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우라늄 광산에서 하루 약 3만5000t의 물을 사용해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었으며, 미국의 경우 대량 방목 형태의 목축으로 인해 사막화가 진전되기 시작했다. 스페인은 이미 국토의 5분의 1가량이 사막으로 변하였고, 극심한 사막화로 생활터전을 버리고 떠나는 ‘환경난민’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45년 안에 스페인 국토의 3분의 1이 사막으로 바뀔 것으로 추산되며, 그리스·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다른 남유럽 국가들의 사막화 역시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사막화 및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부족 문제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수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엔식량농업기구 농업 전망 2011~2020’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식량 증산 속도가 인구의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세계적인 식량난이 확대되고 식량가격이 2001~2010년 기간보다 최대 30%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사막화는 결코 지엽적이지도 않고 후진국의 문제만도 아닌,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전 지구적 과제이다. 특히 선진국들과 달리 부족한 재정과 기술로 국제적 도움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사막화는 실로 세계가 당면한 환경문제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10월10일 경상남도에서 개최되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0차 총회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194개국 약 4000여명이 참석해 사막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녹화 선진국으로서 사막화에 대한 관심을 국제사회에 촉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 지역 최초로 개최되는 총회인 만큼 한국이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총회 의장국으로서 동북아 사막화 문제를 핵심 이슈로 이끌어내고 ‘건조지 녹색성장 파트너십’ 구축과 같이 개도국에 대한 실질적 지원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은 무리한 개발과 오남용으로 인한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해 1992년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체결된 세계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다. 한국은 1996년에 가입해 낮은 관심을 받아온 동북아 지역의 사막화를 막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이끌기 위한 다양한 국제 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황폐해진 산림을 단기간에 녹화시킨 유례없는 나라이자 60년 만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 공여국이 될 만큼 빠른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이에, 국제사회가 녹색 분야에서 한국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번 유엔사막화방지협약 총회 개최를 통해 한국의 산림녹화 경험과 노하우를 전파함과 더불어 녹색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세계가 기후변화의 실체를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행동에 옮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를 전거복철(前車覆轍)로 삼아 사막화 문제만큼은 유비무환의 자세로 지구촌 모두가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전세계가 기후변화의 실체를 인지하고 해결 방안을 행동에 옮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를 전거복철(前車覆轍)로 삼아 사막화 문제만큼은 유비무환의 자세로 지구촌 모두가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