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현 에디터부문장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는 8월21일 현재 30여명의 ‘뭍에서 온 사람들’이 상시적으로 먹고 잔다. 하룻밤 자고 가는 이들을 보태면 50여명에 이른다. 비닐하우스를 잇대 만든 대형텐트와 개인텐트 20여개가 옹기종기 앉아 있다. 뭍사람 가운데 10여명은 시민단체 활동가고 나머지는 교사·학생·문화예술인 등 보통시민이다.
마을은 아름답지만 살벌하다. 해군기지 예정지인 마을 어귀에서는 경찰 10여명이 출입자의 동태를 살핀다. 지난 14일 뭍에서 온 경찰병력 320여명 중 270여명이 섬을 떠났지만 같은 날 160명이 뭍에서 들어와 마을에 배치됐다. 공권력 투입설은 꼬리를 문다.
처음 찾는 이들은 멈칫거리며 두려워한다. 하지만 마을과 구럼비 해안을 둘러보고는 ‘이렇게 그림 같은 마을에 군함과 대포가 들어선다니 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마을이 포함된 제주 올레 7코스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다.
50일째 강정마을을 지키는 뭍사람 오두희씨는 21일 “주민들의 위기감이 점점 커진다”며 “뭍사람들의 연대의 손길이 더욱 간절하다”고 마을 분위기를 전했다. 오씨는 마을의 재정사업을 전담하는 강정평화상단 활동가다. 강정평화상단은 주민들의 힘겨운 싸움을 돕기 위해 전복·고등어·참조기 등을 판다. 오씨가 감독한 장편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지난해 디엠제트(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바 있다.
주민들은 지난 4월 문정현 신부에게 “강정을 한번 방문해 달라”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 정부 등 외부에서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을 대놓고 비난하던 때였다. 주민들은 특히 김진숙씨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요구 농성과 희망버스 운동을 무척 부러워했다. 오씨는 도움을 기다리는 ‘섬’의 절절한 바람을 ‘뭍’에 전했다. ‘뭍’의 단체들도 기꺼이 도우러 가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희망버스’에 이어 ‘평화의 비행기’가 간다. 다음달 3일 김포공항발 제주행 항공편으로 170명이 강정마을을 찾는다. 희망버스가 자본·권력의 횡포에 맞서 ‘소금꽃’을 피워냈다면, 평화의 비행기는 군함·대포 대신 ‘평화꽃’을 피워낼 것을 목표로 한다. 희망버스를 통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의 철회를 촉구했다면, 평화의 비행기를 통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널리 알릴 계획이다. 실제 2007년 4월 주민 1050명 중 87명만 참여한 투표에서 해군기지 유치가 결정됐다. 같은해 8월 725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반대 680표로 뒤집혔지만, 기지 건설은 강행됐다.
평화의 비행기 순례단 기획에 참여한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21일 “공권력 투입 등으로 강정마을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지 않도록 뭍사람들이 함께 응원하는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강정평화상단의 오두희 활동가는 평화의 비행기의 의미를 몇 가지 꼽았다. 첫째, 아름다운 제주 올레길을 걷는 것. 둘째, 문화제를 즐기는 것. 마지막으로, 연날리기·사진촬영 등 행사를 통해 평화를 느끼는 것. 평화의 비행기 순례가 과연 해군기지를 막고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난 4년간의 투쟁으로 절망에 빠져들던 주민들은 지난 3월 도법 스님이 이 마을에서 생명평화순례를 시작하면서 점차 분위기가 바뀌었다. 동참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들 때문에 비로소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평화의 비행기 순례단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의혹 등 해군기지 건설의 실상도 보여줄 계획이다.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dust@hani.co.kr
지난 4년간의 투쟁으로 절망에 빠져들던 주민들은 지난 3월 도법 스님이 이 마을에서 생명평화순례를 시작하면서 점차 분위기가 바뀌었다. 동참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들 때문에 비로소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평화의 비행기 순례단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 의혹 등 해군기지 건설의 실상도 보여줄 계획이다. 손준현 에디터부문장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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