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문 경제·국제 에디터
서울의 홍대앞·강남 젊은이들이
어느날 트위터로 격문을 날린다
“여의도를 점령하라”
어느날 트위터로 격문을 날린다
“여의도를 점령하라”
‘힙스터에 주의하라.’
힙스터라는 낯선 단어를 발견한 것은 2개월 전 이런 제목의 책에서였다. 히피도 아니고 힙합도 아니고 햄스터도 아닌, 도무지 뜻을 짐작할 수 없는 말이었다. 랍스터의 종류가 아닐까라는 허튼 생각까지 할 뻔했다. 자못 기대에 부풀었으나 서문을 읽고선 더는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미국 뉴욕의 뉴스쿨대학 부교수라는 글쓴이가 “힙스터를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결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자백했기 때문이다. 헛수고하지 말라는 충고 아닌가.
새로운 용어에 대한 호기심은 책 표지에 적힌 문구를 대충 훑어보는 것으로 달랬다. 힙스터란 “빈티지 스키니진을 입고, 뿔테 안경과 페도라를 쓰고, 스카프를 두르고, 픽시바이크를 타고, 인디음악을 즐기는 뉴욕의 진보적인 중산층 젊은이들”을 가리킨단다. 출판사에서 붙였을 법한 ‘강남좌파의 원조’라는 글씨 아래엔 이들이 소비욕에 빠진 트렌드 리더인지, 아니면 자본에 완전히 포섭된 주류문화에 균열을 일으키는 게릴라인지 묻는 질문이 붙어 있었다.
힙스터란 단어를 다시 본 건 미국 뉴욕 주코티 공원에 몰려든 정체불명의 무리를 ‘여러 부류의 힙스터들’이라고 표현한 영국 <텔레그래프>의 블로그 기사에서였다. 세계 금융자본의 심장부 월가를 점령하라고 외치며, 1%에 저항하는 99%를 자처하는 이들이 고작 톡톡 튀는 패션과 취향으로 무장한 힙스터라니…. 그렇다면 이제 다시 책장을 넘길밖에.
힙스터란 애초 1940년대 미국의 백인 재즈 마니아들을 일컫던 속어였다. 재즈 특유의 열정과 슬픔에 매혹된 이들은 흑인 뮤지션들의 옷차림과 말투를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백인이면서 흑인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차별이 아직도 엄존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들의 취향이 얼마나 도전적이었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들이 뉴욕의 하위문화로 자리잡은 것은 2000년 무렵이다. 뉴욕의 고급 술집이나 커피숍에서 일하는 예술가 지망생들이 가담하면서 힙스터란 말에 인디예술, 대안문화라는 숨결을 불어넣었다. 힙스터는 이제 비주류 음악과 패션, 영화를 즐기는 백인 중산층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확장된다. 그리고 이들의 독특한 생활방식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힙스터들은 유행을 역겨워한다. 처음 보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추종이야말로 이들의 신앙이다. 이들에게 획일화된 대중문화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자라는 평가와 자본주의의 말초신경을 탐닉하는 소비자라는 비난이 엇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누군가 이들을 ‘강남좌파의 원조’라고 명명한 것도 아마 이런 이중성에서 연유했을 것이다. 실제로 힙스터들은 공정무역 딱지가 붙은 커피를 마시고, 유기농 초콜릿을 먹는다.
힙스터들이 월가를 공격하는 게릴라가 된 건 이런 폼나는 소비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소비를 갱신하기 위해선 돈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이들에겐 일자리도 없고 용돈을 주던 부모의 지갑도 얇아졌다. 미국 중산층 가구의 소득은 1999년 5만3252달러를 정점으로, 지난 10년간 내리 하락했다. 요즘 미국에서 25~34살 청년층의 거의 절반은 빈곤층이다.
서울의 홍대 앞이나 강남 거리에서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스키니진을 입고, 페도라를 눌러쓰고, 픽시바이크를 타고 다니며,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조잘대는 젊은이들을. 한국의 힙스터들이다. 88만원 세대에 속하는 이들의 처지도 미국의 힙스터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건 공상이 아닐 수 있다. 어느날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트위터로 격문을 날린다. “여의도를 점령하라.” moon@hani.co.kr
서울의 홍대 앞이나 강남 거리에서 한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스키니진을 입고, 페도라를 눌러쓰고, 픽시바이크를 타고 다니며,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조잘대는 젊은이들을. 한국의 힙스터들이다. 88만원 세대에 속하는 이들의 처지도 미국의 힙스터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건 공상이 아닐 수 있다. 어느날 이들 가운데 누군가가 트위터로 격문을 날린다. “여의도를 점령하라.”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