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문화부장
정권의 속절없는 추락 뒤에는
종편과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보수신문이 자리하고 있다
종편과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보수신문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언론은 지난 한해를 정리하면서 분노와 각성이란 단어를 자주 거론했다. 신드롬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나꼼수> 열풍과 집권세력이 무참하게 패한 10·26 재보선 결과를 놓고 지배권력을 향한 분노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울분은 다행스럽게 지난해 출구를 찾았다. 에스엔에스와 희망버스 그리고 투표장에서 서로 길을 텄고 연대의 카타르시스도 만끽했다. 어린아이들과 엄마·아빠가 나꼼수의 ‘욕설’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녹아든 것은 이 분노의 순도를 말해준다.
각성이란 표현엔 아직 자신이 없지만, 확실히 대중들의 분노는 차고 넘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을까. 엠비정권의 초기 지지세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견줘 견고해 보였다. 실제 현 정권 초기 정치권에는 집권세력의 장기집권, 심지어 영구집권까지 점치는 시나리오들이 꽤 나돌았다.
정권의 속절없는 추락 뒤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그 가운데 하나로 종합편성채널(종편)과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보수신문을 빼놓을 수 없다.
종편은 현 정권의 권력 연장 ‘필살기’였다. 신문에 이어 방송까지 확실한 우군이라면 선거는 하나 마나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종편 4곳이 간택되기 전까지 이런 전망은 얼추 맞아떨어졌다. 보수신문 지면은 엠비 비판에 극도로 인색했고 대신 응원가만 난무했다.
요즘 엠비정부를 겨냥한 전매특허 비난 구호가 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날개를 달아준 게 바로 이들 보수신문이었다. 엠비가 선거참모를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사장으로 내려보냈을 때 이들이 약간의 우려라도 표했다면, 엠비의 후속 공영방송 사장 인선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들이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다룬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선동, 괴담 유포 운운하며 ‘대역죄인’으로 몰아간 뒤 검찰과 경찰은 대놓고 온라인 사상검열에 나섰다. 오죽했으면 사이버 망명 러시가 벌어졌을까. 국민의 반대여론이 컸던 4대강 사업 논란은 애써 외면했다. 엠비의 일방주의는 그 귀결이다. ‘최시중 방통위’가 위원장의 독단적 일처리와 낙제 수준의 업무평가로 입길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보수신문은 엠비 이상으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을 챙겼다. 물론 종편 때문일 것이다.
보수신문과 정권의 찰떡공조는 종편 선정 이후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무조건 감싸야 할 대상에서 엠비정권이 삭제된 것이다. 더 많은 ‘종편 특혜’를 얻기 위해선 경우에 따라 독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을 법하다.
다행스럽게 종편 시청률은 0%대이다. 그렇다면 이제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제풀에 쓰러지길 기다리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현 정권은 지난 4년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종편과 그 대주주 뒤에 줄을 서 있다. 최근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법안 처리 논란을 둘러싸고 터져나온 언론인들의 분노는 아직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분노의 진원지는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이다. 종편만 공정한 광고수주 경쟁의 틀에 집어넣으면 될 터인데, 여권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법안 취지를 외면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언론인들의 분노가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객관과 균형을 지향해야 할 언론인들이 거리에서 종주먹을 휘두르는 광경은 심상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현 정권에 또다른 ‘종편의 칼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권언야합은 둘을 포함해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문제해결의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한다. 강성만 문화부장 sungman@hani.co.kr
편성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법안 취지를 외면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언론인들의 분노가 비등점을 향하고 있다. 객관과 균형을 지향해야 할 언론인들이 거리에서 종주먹을 휘두르는 광경은 심상치 않은 여운을 남긴다. 현 정권에 또다른 ‘종편의 칼날’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권언야합은 둘을 포함해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문제해결의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한다. 강성만 문화부장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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