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기획
월화수목금 그리고 토요판
뉴스 카테고리는 ‘오늘’로 압축
신문 속 잡지…책 면은 그대로
월화수목금 그리고 토요판
뉴스 카테고리는 ‘오늘’로 압축
신문 속 잡지…책 면은 그대로
주말판이냐, 토요판이냐.
굳이 ‘토요판’이라고 한 데엔 뉘앙스 차이가 작용했다. 한국의 신문 독자들에게 ‘주말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레저나 맛집 등의 여가생활 정보이기 때문이다. 섹션이 아니라는 점도 ‘토요판’ 이름과 관련이 있다. 한국 신문 대부분의 주말판은 별도 섹션이다. 이번 토요판은 섹션 창간이 아닌 토요일치 본지면을 혁신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외국 신문의 주말판과도 다른 제3의 모델이다.
토요판은 신문의 미래에 대한 복잡한 고민 속에서 태어났다. “신문의 생명은 뉴스다”라는 오래된 명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인터넷 대중화에 이은 모바일 혁명 속에서 신문은 뉴스와 속보에만 안주할 수 없다. 이제 신문의 생명은 콘텐츠다. 뉴스의 틀을 뛰어넘어 관점과 시각을 제시하고 이야기를 유포해야 하며, 오래된 경계들을 허물어야 한다. 토요판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랐다.
먼저 속보보다는 기획취재를 앞세웠다. 현안보다는 이슈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면에서는 스트레이트 뉴스보다 심층 기획 기사인 커버스토리를 부각시켰다. 종합, 사회, 국제, 경제, 스포츠, 사람면으로 나뉘던 전통적인 뉴스 카테고리는 ‘오늘’이라는 3~4쪽 지면으로 압축했다. ‘르포’와 ‘왜?’ 면은 긴 호흡의 현장취재와 심층분석 보도를 위해 마련했다. 다만 폭발력이 큰 국내외 이슈가 터질 경우엔 융통성 있게 1면과 뉴스면들을 운용할 예정이다.
‘토요판’은 발행 시점상 일간지이면서도 주간지다. 한 주를 돌아보고 다음주를 조망하는 ‘리뷰&프리뷰’ 면을 앞쪽 2면에 배치한 이유다. 성한용 선임기자 등 시니어 기자들이 ‘다음주의 질문’으로 화두를 제시하고, 주니어들로 구성한 ‘친절한 기자들’이 한 주간 놓치고 지나간 뉴스의 맥락을 되짚어준다. ‘한 장의 다큐’와 ‘GIS 뉴스’ ‘키워드 놀이’도 주간지스러운 특성을 살려 만든 코너다. 맨 뒤에 자리한 오피니언면은 한 쪽으로 줄이면서 구성에 변화를 줬다. 한 장의 그림과 함께 큰 울림을 줄 ‘신영복의 그림사색’과 비평칼럼 ‘크리틱’이 선보인다.
‘가족’과 ‘생명’은 일상을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지면이다. 먼저 ‘가족’. 달콤하거나 살벌하거나 찌질하거나 적나라한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자화상을 들여다본다. 이진순 올드도미니언대 교수가 ‘엄마의 콤플렉스’(격주)로 엄마들의 솔직한 내면을 말하고, ‘가족관계증명서’(격주)는 독자들의 참여로 꾸민다. ‘생명’에선 인간의 벗이자 한편에선 ‘음식’으로 취급당하는 동물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가 ‘자연의 보따리’를 풀고 사회부 환경담당 남종영 기자가 현장을 뛴다. 김보경 출판인과 박정윤 수의사는 격주로 각각 ‘달콤한 통역 왈왈’과 ‘P메디컬 센터’를 연재한다.
스포츠부 기자들은 ‘승부’에 매달린다. 한달에 한 번 국내외 빅매치를 집중취재하여 ‘승부’라는 이름으로 두 면에 펼친다. 전 국가대표이자 프리미어리그 볼턴 소속 이청용 선수의 ‘편지’도 함께 볼 수 있다. TV면에선 편성표를 축소하고 기획칼럼을 강화했다. ‘김성윤의 덕후감’ ‘이승한의 몰아보기’ ‘트위플의 선택’ 등 메뉴가 평일의 두배다.
선이 굵은 역사칼럼을 비롯한 기고물도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남다른 식견을 지닌 인기 필자들이 독자들의 지적인 갈망에 부응한다. ‘김형태 변호사의 비망록’(매주)은 한국 사회와 궤적을 함께한 논쟁적인 사건들의 뒷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펼친다. ‘김태권 만화-히틀러의 성공시대’(주간)는 히틀러 집권의 아이러니를 오늘의 한국 사회와 대입하며 풀어간다. ‘한홍구의 유신과 오늘’(격주)은 40년 전 유신체제의 유령들이 지금 어떻게 떠도는지 이야기한다. ‘김두식의 고백’(격주)에선 남의 말 잘 들어주기로 이름난 인터뷰어가 사람들의 진심에 접근한다. ‘정희진의 어떤 메모’(격주)는 세상을 보는 제3의 시각을 선물한다.
그동안 토요일치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책과 생각’은 그대로 들어가며, 좋은 그림책을 골라줄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새 필자로 합류한다. 역시 ‘한명기의 G2 시대에 읽는 조선 외교사’와 ‘최재봉 기자의 그 작가 그 공간’도 계속해서 격주에 한번씩 독자들과 만난다.
토요판의 많은 변화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인이다. 1면 제호의 위치부터 흔들었다. 제호 밑 가로선의 색깔도 월화수목금의 녹색이 아닌 빨간색이다. 1면 커버스토리 디자인은 신문보다는 잡지 형식에 가깝다. 전체 지면에서도 좌우 여백을 두배로 늘리고, 기존의 6단 편집을 5단 편집으로 줄였다. 여유롭고 시원해졌다.
고경태 토요판 에디터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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