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일본의 민주주의 그 자체가
기로에 선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조차 표출되고 있다
기로에 선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조차 표출되고 있다
2009년 9월의 역사적인 정권교체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 일본 민주당 정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 내각이나 정권 차원이 아니라, 일본의 민주주의 그 자체가 기로에 선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조차 표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일간지 <아사히신문>은 “카오스의 심연(深淵): 부서지는 민주주의”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신년특집을 실었다. 리버럴 계열의 잡지에도 ‘민주주의’를 논하는 글들이 넘친다. 전후 최초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룩했다는 달성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좌절의 골도 깊다.
노다 내각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범 당시에는 ‘안정감’에 대한 기대에서 60%를 웃돌던 지지율이 지금은 그 절반 수준이 30%를 맴돌고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 정치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정권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통상 30%는 ‘위험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초부터 국회 해산과 총선거설이 나오고 각 당이 선거체제를 갖추기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6월에 국회 해산과 총선거가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도 이를 염두에 두고 소비세율 인상과 사회보장 개혁을 승부수로 던지기 시작했다. 아무런 실적을 남기지 못할 경우 9월에 있을 민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노다 총리의 저공비행이 그때까지 계속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새로운 세대의 새 인물을 내세워 총선거를 시행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국회 해산권을 가진 노다 총리로서는 각종 과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위에, 참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 자민당의 반대로 인한 교착상태를 명분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강행하는 것이 그나마 정권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야당 자민당도 조기 해산과 총선거를 향해 민주당의 내분을 이용하면서 정치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총선거가 실시된다고 해도 민주당과 자민당 그 어느 쪽도 단독으로 과반수를 차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정권의 인기는 추락했지만, 자민당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정당 지지율도 민주당과 자민당은 거의 같은 20% 선에서 막상막하다. 이전 여당이었던 자민당과 공명당을 합쳐도 과반수에 이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설사 민주당이 여타 군소정당을 끌어들여 과반수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내년 참의원 선거까지는 현재의 뒤틀림 상황(중의원과 참의원의 다수당이 다른 상황)은 계속된다. 앞날이 잘 보이지 않는 일본 정치의 고민은 깊다.
오사카라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하시즘’이라 불리면서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치의 무력함과 불투명성 때문이다. ‘하시즘’이란 작년 11월 오사카부 지사를 거쳐 오사카시 시장에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하시모토 도루의 수법을 파시즘에 비유한 표현이다. “지금 일본 정치에 필요한 것은 독재”라고까지 공언하며 지자체 수장으로서의 권한을 독선적으로 행사하는 하시모토 시장의 정치수법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기존 정당 정치의 무력함에 실망한 대중들이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오사카유신회’(大阪維新會)를 발판으로 총선거에도 참여할 태세다. 아직 어느 정도까지 파급력이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정치적 교착상태를 계기로 정계 재편의 핵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일본 사회로서는 정권교체의 원점을 되돌아보면서 민주주의의 의미와 과제를 반추해야 할 정치의 계절을 맞고 있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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