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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국토부도 모르는 4대강 준공일 / 안재승

등록 2012-02-15 19:19수정 2012-02-15 20:57

안재승 정치·사회 에디터
안재승 정치·사회 에디터
4대강 사업의 준공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이 불러온 결과이다.
4대강 사업이 땜질 보수와 준공 연기를 반복하고 있다.

애초 정부는 전국 16개 보 건설을 비롯한 4대강 본류 공사의 완공 시기를 2011년 상반기로 잡았으나, 공사가 지연됐다. 그러자 준공 시점을 지난해 연말로 늦추면서 그해 가을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보의 개방 축하 행사부터 대대적으로 열었다. 그중 이포보에서 열린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했다. 준공검사도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에서 집들이를 했던 셈이다.

지난해 말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상주보와 구미보 등 곳곳에서 누수와 균열 등 하자를 찾아냈다. 국토해양부는 서둘러 보수작업에 나섰고 준공 시기를 다시 올해 4월로 연기했다. 권도엽 장관이 지난 1월19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으며, 4월에 준공될 예정이다”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4월 완공 역시 이미 물건너갔다. 국토부 4대강추진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우기가 길어 공사를 하지 못한 날이 많았고 마무리해야 할 작업들이 남아 있어 6월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준공일이 세 차례나 연기되면서 공기가 1년가량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6월 준공도 불투명하다는 게 공사 현장의 분위기다. “수자원공사가 올여름 장마가 지나간 뒤에야 준공 허가를 내줄 것 같다. 장마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들이 위험부담을 떠안지 않겠다는 계산이다.” 4대강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설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허가를 내주면 그때부터 발주처인 지방국토관리청이나 수자원공사가 유지관리의 책임을 맡게 된다. 일단 발등의 불은 피하고 보자는 심산일 게다.

현재 4대강 공사 현장에는 현장사무소 건물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시공사 직원들이 상당수 빠져나간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생명의 강, 행복의 강, 안전의 강’이라고 정부가 그토록 자랑하던 4대강 사업이 발주처와 시공사 모두 서로 떠넘기고 싶어하는 골칫덩이가 돼버린 것이다.

땜질 보수와 준공 연기의 악순환은 4대강 공사를 시작할 당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모든 공사에는 ‘적정 공기’라는 게 있다. 설계 때부터 지적된 사항을 단계단계마다 고쳤어야 했는데, 필요한 절차와 과정을 생략한 채 마치 ‘새벽별 보기 운동’ 하듯 밀어붙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보 설계에 참여한 관계자의 얘기다. ‘속도전’이 부메랑이 되어 ‘지연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보의 누수와 균열, 강바닥 침식, 주변 농경지 침수 등 그동안 드러난 부작용도 문제이지만, 더 큰 재앙은 앞으로 닥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는 보수조차 불가능한데,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보의 건설로 강물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낙동강 중류인 고령보와 합천보에서 녹조류와 남조류가 관찰된다고 한다. 부영양화 현상이다. 강물이 탁한 빛으로 변하고 심해지면 악취가 나면서 식수로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까닭에 외국의 전문가와 언론들도 “4대강 사업은 한국 최대의 환경 스캔들이다” “보를 폭파하고 4대강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환경단체·종교인·학자들로 구성된 ‘생명의 강 연구단’이 지난달 31일 국토부에 공개질의서를 보냈다. 정부와 전문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민관합동조사단을 만들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에 ‘법적 대응 검토’ 운운할 게 아니라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거기에는 원상회복도 포함돼야 한다.


안재승 정치·사회 에디터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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