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유럽에는 도서관 대출 때 작가가
저작권료를 받는 ‘공대권’이 있다
인터넷에도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료를 받는 ‘공대권’이 있다
인터넷에도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나는 동료 교수에게 프린스턴대 수업 과정에 인터넷 윤리학을 포함시킬 거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출판된 컴퓨터 윤리학 전집을 읽어보라며 이메일로 전권을 첨부해 보냈다. 나는 저작권을 침해한 서적을 읽지 않겠다고 거절했어야 할까? 나는 훔친 제품을 받은 것일까?
내가 옛날 방식으로 누군가의 책을 훔쳤다면, 내가 책을 갖는 대신 주인은 책을 잃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사정이 좋아진 것이지만 주인은 나빠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불법복제된 책을 사용하면, 출판업자와 저자는 책을 팔아 얻게 될 소득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내 동료가 그 책을 이메일에 첨부하지 않았다면, 나는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렸을 것이다. 도서관을 찾지 않음으로써 나는 대출 시간을 그만큼 절약했고, 다른 누구의 사정도 나빠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다른 사람들도 내 선택으로 덕을 봤다. 책은 도서관 서가에 남아 있었고, 다른 사용자들이 볼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책을 빌려간 뒤 다른 사람들이 예약을 했다면 도서관에서 수요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책을 더 주문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는 강의 시간에 3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작권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다운로드를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5~6명만 손을 들었다. 나머지 학생들은 나쁜 줄 알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고 대답했다. 또 어차피 음악이나 책을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운로드가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응답했다. 학생들은 불법 다운로드를 그만둘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보였다.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세계 최대 파일공유 사이트인 메가업로드의 설립자 ‘킴닷컴’(본명 킴 슈미츠)이 체포됐다. 그의 집에는 여러대의 외제차와 메가업로드로 번 돈 일부가 있었다. 메가업로드는 1억8000만명의 등록 사용자들이 영화·음악 등을 업·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 메가업로드 쪽은 회원들이 파일을 보관할 공간만 제공했을 뿐 어떤 것을 저장할지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인기 파일을 업로드하는 회원들에게 현금으로 보상했다.
동시에 지난달 미국 의회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 방지법 제정을 추진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출판·레코드 산업의 촉구로 만들어진 법안이었다. 반대론자들은 그 법안이 메가업로드 같은 사이트를 넘어 구글과 유튜브까지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만들고, 정부가 법원의 허가 없이도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게 한다고 반발했다. 일단 인터넷 활동가들은 구글·페이스북 등과 함께 미국 의회가 이 저작권 침해 방지 법안을 보류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달 유럽연합과 22개 회원국은 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한 위조품 거래 금지협정에 서명했다.
나는 작가이자 독자다. 인터넷의 한가지 놀라운 점은 오래전에 절판된 나의 옛 작품들 일부가 해적판으로 등장하면서 훨씬 더 폭넓게 활용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수를 주면서도 인터넷의 이런 놀라운 잠재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 많은 유럽 국가에는 공공도서관에 책을 비치함으로써 야기되는 작가와 출판업자의 판매손실을 보상하기 위한 공대권(도서관 대출 때 저작권료를 받는 권리)이 있다. 인터넷에도 비슷한 것이 필요하다. 사용료가 아주 저렴하다면, 사용자들은 기꺼이 지불할 것이고, 불법복제물을 사용하려는 욕구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또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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