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자 영남이공대 보건복지학부 교수
부디 어른들이, 기획사들이,
매체들이 어린 아이들의 섹시한
골반 춤을 보고 그저 경탄하는
태도로 일관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매체들이 어린 아이들의 섹시한
골반 춤을 보고 그저 경탄하는
태도로 일관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슈퍼스타케이>, <위대한 탄생>, <케이팝 스타>. 요즈음 ‘대세’라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입니다. 케이팝의 세계적인 인기 덕분인지 급변하는 세태 때문인지, 참가자들 중에는 아주 어린 아이들도 많이 보이는데, 앳된 모습과 달리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끼를 발산하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곤 합니다. 하지만 직업병인지, 항상 어린 참가자를 보면 어쩔 수 없이 어떤 의문이 떠오른답니다. “학교는 어떻게 하고?”
사실 학교는 연예 활동에 상당한 걸림돌이 됩니다. 수업일수를 조정하는 것도, 야간촬영 일정 때문에 조퇴를 하는 것도 하나하나 다 그럴듯한 사유가 필요하니까요. 중도에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 연예인들이 많은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학교가, 고루하기 짝이 없는 그 틀 안에 아이들을 가두고 수학, 과학, 시·소설 같은 춤과 노래와 전혀 상관이 없을 법한 지식을 가르쳐 아이들의 놀라운 재능을 낭비한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아이들이 ‘연예인’이라는 사회인임과 동시에 여전히 ‘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학교는 바로 ‘아이’를 진짜 ‘어른’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정이라는 둥지를 떠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입니다. 아이들은 또래와 끊임없이 싸우고 화해하면서,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제반 태도를 터득하게 됩니다. 새 학급에 적응하며 오랜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법, 체육대회를 통해 결과에 승복하는 법, 졸업식을 통해 더 넓은 세계로 나가는 희망과 행복을 배우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솔직히 학교 공부는 참 재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교육 활동과 교과 과정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이나 시험과 문제풀이라는 서열 나누기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인류 문화와 유산의 가치를 온전히 전수받는 것이며, 학교는 아이에게 문제에 대한 의문과 그에 대한 고민, 문제 해결의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생각하는 인간’을 키워내는 전인적인 교육의 장으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학교는 아이를 ‘추억을 가진 어른’으로 만들지요.
내 친구들, 우리 반, 우리 학교, 정말 별것 아니었던 군것질, 사소한 수다 거리들, 심지어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들까지도 어른이 되면 모두 추억이 됩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철이 없어 오히려 더욱 빛났던 어린 그 시절로 말입니다. 바보 같은 친구들과 함께 굴러가는 가랑잎만 보아도 깔깔대고 웃었던 그 나날들이 절대로 다시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사막에서 아껴 마시는 한 모금의 물과 같이, 학창시절의 추억이라는 것은 삶이라는 긴 여정을 지탱해주는 무언가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참가자들의 경쟁률만 보아도, 노래와 춤, 혹은 연예인의 꿈에 대한 10대들의 선망과 열정은 대단합니다. 연습생 혹은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인데, 몇년씩 해내고 있는 걸 보면 참으로 대단하지요. 그 재능과 노력, 그리고 열정은 분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얻는 것 또한 분명히 학창시절만큼이나 소중한 것일 겁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학교의 가치를 경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저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우리 아이들이 몸만 어른이 되지 않도록, 가치관과 추억을 같이 갖춘 어른이 되도록 우리들이 조금 더 배려하고 힘써야 합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일반인’의 세상과 가치들을 ‘학교’에서 배우고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화려하게 만개한 꽃만큼 가시도 만만치 않을 그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 맷집을 키웠으면 합니다. 그러니 부디 어른들이, 기획사들이, 매체들이 어린 아이들의 섹시한 골반 춤을 보고 그저 경탄하는 태도로 일관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춤에 각을 세우고 노래에 공기를 불어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른 뒤 제 바람대로 어른이 된 아이들이 삶에 있어 놓친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면, 그건 음 이탈이나 성대 결절보다 훨씬 슬픈 일이 아닐까요.
안장자 영남이공대 보건복지학부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 베트남-한국 16살이상 결혼못하는 법 추진
■ 검찰, 노정연씨 ‘금품수수 의혹’ 본격 수사
■ 새누리당 오늘 1차 공천자 발표
쇄신보다 ‘계파안배’ 조짐
“소통 커녕 불통 넘어 먹통”
■ “지난번엔 촉새가 나불거려서…” 박근혜의 ‘옐로카드 리더십’
■ ‘때벗기기’ 게임 개발한 여고생 “깽판쳐야…”
안장자 영남이공대 보건복지학부 교수 <한겨레 인기기사>
■ 베트남-한국 16살이상 결혼못하는 법 추진
■ 검찰, 노정연씨 ‘금품수수 의혹’ 본격 수사
■ 새누리당 오늘 1차 공천자 발표
쇄신보다 ‘계파안배’ 조짐
“소통 커녕 불통 넘어 먹통”
■ “지난번엔 촉새가 나불거려서…” 박근혜의 ‘옐로카드 리더십’
■ ‘때벗기기’ 게임 개발한 여고생 “깽판쳐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