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지속가능한 인류 복지와 환경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나와 당신의
몸무게는 모두의 관심사여야 한다
가치를 부여한다면, 나와 당신의
몸무게는 모두의 관심사여야 한다
우리는 점점 뚱뚱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걷는다기보다 뒤뚱거리며 움직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비만 인구는 선진국에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국민소득이 중간쯤이거나 낮은 나라들에서도 늘고 있다.
비만은 개인의 문제일 뿐일까? 그저 체형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비만은 윤리적 문제다. 살이 찌는 것은 다른 누구에겐가 짐을 지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이 글을 공항에서 쓰고 있다. 날씬한 아시아 여성이 40㎏짜리 짐을 가지고 탑승했다고 치자. 그는 기준 초과분 화물에 대해 별도로 요금을 낸다. 그런데 그 여성보다 40㎏ 이상 몸무게가 더 나가는 어떤 남성은 짐이 기준보다 가벼운 이상 추가 요금을 내지 않는다. 항공기 연료 소비로 따지면 똑같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콴타스 항공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토니 웨버는 2000년 이래 성인 승객의 평균 몸무게가 2㎏ 늘었다고 분석했다. 에어버스 A380 기종으로 치면, 시드니에서 런던까지 비행하는 데 472달러어치 연료를 더 썼다는 뜻이다. 이 구간을 1년 동안 하루 3차례 왕복한다면 1만달러어치의 연료가 더 들어가는 셈이다.
웨버는 항공사들이 승객의 몸무게 기준을 설정하자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기준이 70㎏이면 95㎏ 나가는 승객은 시드니~런던 왕복 탑승권의 경우 29달러를 더 받고, 몸무게가 50㎏인 사람은 그만큼 할인을 받는 식이다. 승객의 몸무게와 짐무게를 합쳐서 기준을 정하는 방법도 있다. 짐을 들고 저울에 올라가 전체 무게를 재도록 함으로써, 자신이 몸무게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하는 이들도 거부반응을 덜 느낄 수 있다.
한 친구는 이런 제안에 대해 비만인 사람들은 신진대사가 달라 어쩔 수 없이 살이 찌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몸무게나 짐무게에 따른 추가 요금 제도는 ‘처벌’의 의미가 아니다. 다른 승객에게 전가된 비용을 본인에게 되돌리는 것일 뿐이다. 비행기를 타는 일은 이를테면 복지와는 다른 문제다. 인권 문제도 아니다.
비행기 연료 소비의 증가는 단지 수익을 따지는 문제만도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부르는 환경 문제이기도 하다. 또 사람들이 더 크고 뚱뚱해질수록 버스나 기차도 그에 맞춰 커져야 한다. 병원은 더 튼튼한 병상과 수술대를 들여놔야 하고 대형 화장실도 지어야 한다. 심지어 시체보관소의 냉동장치도 용량을 늘려야 한다. 모두가 비용이 드는 일이다.
비만은 복지 지출에도 큰 부담을 지운다. 지난해 미국 보험계리사협회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비만·과체중 인구로 인해 건강보험 지출에서 1270억달러의 추가 지출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납세자 한 사람당 한해 수백달러의 추가 부담을 지우게 된다. 또 비만으로 인한 노동생산력 상실분이 총 115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비만을 억제하기 위한 사회정책이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다. 비만과 관련된 음식, 특히 설탕이 잔뜩 들어간 음료수처럼 영양적 가치가 없는 음식에 대해 세금을 매기면 어떨까. 여기에서 걷은 세금을 가지고 비만 인구가 발생시키는 각종 비용을 충당할 수 있고, 비만의 위험이 있는 음식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70억이 넘은 인구를 지구가 지탱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인구의 규모를 단지 사람수만으로 따져선 안 된다. 무게의 총량으로 봐야 한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인류 복지와 지구 환경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나의(또한 당신의) 몸무게는 모두의 관심사여야 한다.
피터 싱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생명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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