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서울 세현고 해직교사
3월1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국가보안법 위반, 사립학교 비리 고발로 해직된 교사 2명과 자율형사립고 전환을 반대하며 사표를 쓴 교사 1명을 특별채용했다. 다음날 교육과학기술부는 장관이 교육감에게 위임한 권한인 교사 임용의 효력을 직권으로 취소하였다. 서울 이화외고에서 근무하다 2002년 국가보안법으로 해직되어 10년 만에 복직하게 된 나는 첫날부터 출근을 하지 못했다. 10년간의 유배생활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약을 받은 느낌이다.
교과부가 밝힌 이유는 최근 신규 교사 채용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육감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채용했기 때문에 학교 교원의 혼란과 사기 저하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특혜라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공립학교 교사가 될 수 있는 현실에서 교과부의 논리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다면 나는 예비교사들의 꿈을 짓밟은 특혜 청원자인가? 그렇지 않다. 서울시교육감의 특별채용은 법적 하자가 없는 적법한 인사권 행사이며, 교과부는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첫째, 특별채용은 편법과 특혜가 아니다. 교육공무원법 12조의 특별채용 제도는 모두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공개채용 제도가 아니다. 병휴직 기간의 만료, 직제나 정원의 개편 등으로 면직된 교원, 도서 벽지나 특수한 교과를 담당할 교원, 경쟁시험으로 임용하는 것이 부적당한 교원 등 특정인을 대상으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여 교육감이 채용하는 제도이다. 지금까지 이 조항에 의하여 시국사건이나 사립학교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해직된 교사들이 복직해왔으며, 한번도 이를 교과부가 취소시킨 경우가 없다. 그동안 사사건건 진보교육감들 발목 잡기를 해왔던 이명박 정권이 법률에 규정된 교육감의 인사 권한까지도 중단시킨 사건이다.
둘째, 교과부는 자신들의 공문을 스스로 부정하였다. 필자는 2002년에 해직되었고 2005년에 사면복권되었다. 교과부는 2006년 2월 사면복권으로 인하여 권리회복이 되었으므로 서울시교육감이 공립학교로 특별채용하라는 권고 공문을 보냈다. 복직 명령이 아니라 복직 권고를 한 이유는 인사권이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이다. 필자와 함께 복직 권고를 받은 해직 교사들은 모두 복직했다. 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이유로 보수적인 공정택 교육감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다 진보교육감 시대를 맞아 6년 만에 공문대로 시행되었다.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자 교과부는 2006년 3월1일자로 복직시키라는 공문인데 이미 시효가 지났다고 변명하였다. 이 역시 사실 왜곡이다. 그 공문으로 복직된 해직 교사는 2009년 3월1일까지 여러차례에 걸쳐 있었다.
셋째, 교과부는 사립학교에서 해직된 교사는 사립학교로 복직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사립학교에는 특별채용 제도가 없다. 2006년 복직 공문에 따라 해직 당시의 사립학교에 복직하려던 민주화운동 관련자들도 모두 복직이 거부되어 전원 공립으로 특별채용하였다.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교과부는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
마지막으로 우리 3명은 우리를 진보교육감 측근으로 특혜를 받은 염치없는 사람으로 매도한 교과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필자는 곽 교육감의 측근이 아닐뿐더러 이번에 특별채용된 교사들은 특혜를 바라고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가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아온 사람들에 의해 전진되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고 했다. 유엔에서 수도 없이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으로 해직된 지 10년, 사면복권된 지 7년 만에 이뤄지는 복직 조처를 하루 만에 취소하는 것은 너무 비정하지 않은가? 과거 권위주의 정권도 시국 관련 교사들을 국민화합 차원에서 복직시켰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필자와 함께 하루 만에 함께 해직된 조연희 교사는 40억원에 이르는 학교 비리를 고발했다고 보복 해직된 양심적 교사다. 2005년에는 국제투명성기구가 주는 ‘투명사회상’도 수상했다. 이런 선생님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6년 만에 복직한 지 하루 만에 또 거리로 내몰아야 하는가? 이형빈 교사는 학교가 교사들의 동의 없이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자 이명박 정권의 실패한 교육정책인 자율형사립고를 거부하고 서울 교육 혁신과 학생인권 신장을 위해 헌신한 선생님이다. 교과부는 국민들에게 한 거짓말을 정중히 사과하고 지금 당장 직권취소를 취하하고 우리를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박정훈 서울 세현고 해직교사
<한겨레 인기기사>
■ 눈크기 27cm 대왕오징어 ‘왕 눈’ 된 이유
■ 허준영 “노회찬은 굉장히 네거티브하다”
■ F16 또 추락…국내서만 10대 넘게 추락
■ 소개팅·미팅 꼴불견 1위는?
■ 미래의 놀이법, 동네방네 커뮤니티
■ 눈크기 27cm 대왕오징어 ‘왕 눈’ 된 이유
■ 허준영 “노회찬은 굉장히 네거티브하다”
■ F16 또 추락…국내서만 10대 넘게 추락
■ 소개팅·미팅 꼴불견 1위는?
■ 미래의 놀이법, 동네방네 커뮤니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