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반롬푀이(왼쪽) 유럽의회 상임의원, 조제 마누엘 바호주(오른쪽) 유럽집행위원장
2010년 금융위기의 여파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야기된 유로존 일부 회원국의 국가부채 위기는 세계의 이목을 유럽연합으로 집중시켰다. 하지만 지난 몇년간 게재된 많은 기사에서 두 가지 측면이 간과되었다.
첫째, 유럽의 정부들과 유럽연합 기구들은 금융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보다는 유럽 시민의 주요 관심사인 다양한 중장기적인 문제들을 민주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27개의 유럽연합 회원국은 비록 일부 정책분야에 관한 주권을 이양했고 17개국이 공통화폐 사용을 통한 화폐정책을 공유한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개별 주권국가라는 점이다. 따라서 유럽연합의 기능과 문제의 근원에 대한 단편적인 해석보다는 당면과제에 대한 더 정제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부채 문제의 원인은 회원국별로 다양하다. 다수의 경우, 무분별한 공적 지출이 원인이라기보다는 금융부문의 붕괴를 세금으로 구제하거나 자산 거품이 꺼지면서 초래된 위기상황이 예산 적자와 부채 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국가에서는 서서히 누적된 공공부채가 원인이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유럽에 영향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재건하고 사회모델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다각적으로 하고 있다.
유럽의 위기상황 대처 방안을 개탄하는 이들은 매체의 극적인 헤드라인에만 주목할 뿐, 2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유럽의 정상들이 빠른 결정과 면밀한 입법 활동을 통해 일원화된 경제통제 방식을 급진적으로 개선한 노력은 간과하고 있다. 각국의 책임은 가중되었고 유럽연합 전체의 안정을 위한 회원국 간의 연대는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유로존은 더 안정적인 상태에 도달하였다.
2010년 봄 유럽재정안정기금과 유럽안정기구로 명명된 구제기제(방화벽)의 구축을 시작으로 은행·보험·증권사를 감독하는 유럽 재정규제체계의 점검, 유로플러스조약(Euro Plus Pact)의 비준, 2011년 9월 예산 및 거시경제 감시를 강화하는 새로운 유럽연합 법을 발의하게 되었고, 이번달 서명국가의 헌법에 적용되는 ‘부채 브레이크’(debt-brake)로 불리는 신규 예산협약의 서명까지 이끌어냈다.
이와 같은 자금 안정 노력과 더불어 유럽은 교육, 연구·개발, 혁신, 유럽형 사회모델 분야 등 유럽의 미래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출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동시에 실업률 감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탈세 및 사기행위를 막고 있다. 더불어 서비스 및 디지털 산업 등의 시장 단일화 방안을 모색하며 저소득 노동자에 대한 세금 감면안을 도입하였고 교역량 증가, 전문 서비스와 소매시장 등 기존 보호영역의 개방, 비즈니스 환경 개선, 디지털 공공행정을 통한 관료주의 타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마디로 유럽은 긴축재정 정책의 이행과 더불어 고용과 성장을 위한 올바른 선택을 하였다는 것이며, 이는 앞으로 유럽연합의 관련 기구들에 의해 면밀히 관리될 것이다.
유럽은 더 현명하고 지속가능하며 포괄적인 성장을 위하여 새로운 산업정책의 도입, 젊은 세대를 위한 기술 연마 및 직업 기회 제공, 유럽연합의 혁신, 디지털 어젠다 채택,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같은 중점 사안을 포함한 ‘유럽 2020’ 성장 정책을 채택하였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인 ‘단일시장’의 활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모색, 교역 및 대외정책 강화, 유럽연합 중앙 자금의 투자자금 전환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과 한국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파트너이다.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우리는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고, 이미 양쪽의 소비자 및 사업자들은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또한 한국이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천명하였을 때 유럽은 성공적으로 유럽 및 글로벌 환경정책을 도입시켰다. 이번 방한으로 한-유럽연합 양자관계와 더불어 국제 및 지역내 주요 안건에 대한 상호협력 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의 위기는 협력에 집중하고 재정 규율을 재정비하여 현명하며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성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는 유럽과 유럽의 파트너들, 그리고 한국에도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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