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조선시대 관직은 정1품에서 종9품까지 18품계에다 종6품 이상은 품계마다 상·하가 있어 모두 30단계였다. 삼정승이 정1품, 의정부 찬성이 종1품, 의정부 참찬과 6조의 판서, 대제학과 판윤은 정2품이었다. 참판과 대사헌, 관찰사, 부윤 등은 종2품, 참의, 대사간, 승지 등은 정3품 가운데 ‘상’의 벼슬이었다. 정2품 이상을 대감, 정3품 상 이상을 영감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들이 당상관이다.
북녘에서는 주요 행사가 있으면 주석단 명단 형식으로 권력서열을 발표한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장례식 때는 장의위원으로 273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정일 체제에선 군부 인사의 서열 상승이 두드러지는데, 실권보다는 예우로 원로들을 서열 윗자리에 남겨놓은 경우도 많다고 한다. 왜 그렇게까지 서열을 매길까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순위를 조절해 충성경쟁을 유도할 수는 있을 법하다.
우리 고위공직엔 직급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의전상으론 비공식 서열이 있다. 김정현의 <경호의전비서학>을 보면,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국회부의장, 감사원장, 부총리, 국무위원, 국회상임위원장, 대법관, 3부의 장관급 인사, 국회의원, 검찰총장, 합참의장, 3군 참모총장, 차관 차례라고 한다.
예우에 아주 민감한 이들이 국회의원이다. 선출직이라는 자부심 때문일 것이다. 지난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송파지역협의회 모임에서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의원을 불러놓고 축사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이재정 수석부의장의 얼굴에 맥주를 끼얹는 추태를 부렸다. 이 부의장은 박 의원보다 나이가 여덟이나 많은 민주화 운동 선배이고, 의전상 예우로는 총리와 부총리급의 중간이다. 국회의원은 장관급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자신이 민주평통 감사기관인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간사란 점을 생각하자 그만 간이 커져버린 모양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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