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수백년 동안 지속된 체제경쟁에서 살아남은 최고의 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이를 완벽한 체제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효율성과 경쟁을 중시하기에 형평성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 이 제도가 핵심으로 내세우는 이윤 극대화, 효용 극대화는 자연히 다수결 원칙과 상극을 보인다. 그래서 항상 ‘효율성’과 소위 ‘포퓰리즘’이 부딪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하면서 체제경쟁에서 이겨왔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요약되는 신고전학파의 시장만능 자본주의는 1920년대 말 미국발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준비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직접 고용과 경기부양을 챙기는 소위 케인스학파의 ‘수정자본주의’로 빠르게 진화했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수용한 나라는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 중 일부는 체제가 전복되는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1960~80년대 미국과 소련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치열한 체제경쟁을 했다. 자본주의는 시장의 자율성과 파이를 키우는 ‘자유자본주의’로 맞섰고, 공산주의는 소유와 이익의 공유를 내세우는 사회주의로 선명성 경쟁을 했다. 그런데 체제경쟁은 자본주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이후 자본주의는 또 한번 진화한다. 외부의 경쟁 상대가 없어지면서 승자독식, 부익부 빈익빈, 시장경쟁의 탈락자 문제 등이 자본주의의 생존과 발전을 위협하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선진자본주의는 경제주체들이 이윤추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과 배려를 실천해 사회통합의 중심이 되는 소위 ‘따뜻한 자본주의’(자본주의 4.0)로 진화한다. 그중 철학적 의미가 있는 사례가 ‘버핏세’이다. 미국의 최대 헤지펀드 소유자인 워런 버핏이 부자증세를 주장하면서 위에서부터의 사회통합, 자본가의 솔선수범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세금 이름에 미국 최고 부자 중 한사람의 이름이 붙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
눈부신 성장을 하면서 초강국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국만 보아도 진화와 개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유연하다. 변화와 혁신의 천재들이다. 공산당이라는 이름만 빼놓고 필요하다면 무엇이든지 바꾸고 있다.
흑묘백묘론으로 유명한 덩샤오핑은 실용주의와 중국식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장쩌민은 배척 대상이었던 자본가를 당원으로 흡수한 뒤 공산당이 노동자·자본가·농민·지식인의 이익을 대표한다고 천명했다. 지금의 중국 부자들이 탄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후진타오는 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야기되는 내륙·해안간 빈부격차 확대, 계층간 양극화 등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 최고 목표를 ‘조화로운 중국’으로 과감히 전환한다. 지속적인 농민공 임금 인상, 의료보험 확대 등을 정책목표로 삼고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매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 때 버렸던 공자사상을 부활하여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변신도 하고 있다.
경제 집중화, 상대적 박탈감, 청년실업 등으로 국내 자본주의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넘어 시장의 공익적 기능을 더욱 강조하는 ‘자본주의 5.0’ 시대로 전환해야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킬 수 있다. 시장보다 강한 정부는 없다. 특히 한국에서는 민간 부문과 정부의 힘의 균형이 깨진 지 오래다.
따라서 시장의 공익적 기능 없이는 시장경제가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득권층 모두가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지 않으면 국내 갈등구조를 풀 수 없다. 비근한 예가 비정규직 문제다. 지난 정부와 이번 정부에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정부의 예산과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민·관·이익단체가 합의하고 함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마침 큰 선거가 다가온다. 현명한 우리 국민들은 언제나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해 왔다.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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