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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안철수 대안론은 없다 / 정남기

등록 2012-04-15 19:09

정남기 경제부장
정남기 경제부장
야권 진영논리, 덧셈 아닌 뺄셈 정치
안 원장 손잡으려면 중도 포용해야
자기변화 없는 연대로 집권 어려워
야당의 잘못을 지적하는 칼럼을 쓸 때마다 듣는 얘기가 있다. 정권교체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왜 진보 진영의 발목을 잡느냐는 것이다. 두달 전 칼럼을 통해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참여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찬성했다가 현 정부 들어 말을 바꾼 것을 비판했을 때도 그랬다. 노무현 에프티에이와 이명박 에프티에이가 사실상 똑같다는 것은 찬성론자나 반대론자나 전문가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 논리에 동조하고 야권을 분열시킨다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총선 기간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용민씨를 둘러싼 논란이다. 스스로 사과했듯이 그의 발언은 일반인의 정서로는 용납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실상 상황을 방관했고, 결과적으로 악화시켰다. 또 상당수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진보 언론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진보 언론이 어떻게 보수 언론과 같은 논조를 펼 수 있느냐”는 비난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신속하고 단호한 조처를 취하는 게 옳았다.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모두 잃었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데는 야권 전반에 퍼져 있는 ‘진영 논리’ 탓이 크다. 정치세력을 보수와 진보로 나눠놓고 모든 문제를 이 틀로 바라보는 태도다. 이런 구도에선 내 편의 잘못을 들추는 게 상대방을 이롭게 하는 일로 간주된다. 당연히 활발한 토론과 비판이 이뤄질 수 없고 중도 계층을 끌어안기도 힘들다. 장기적으로 자기 몸을 병들게 하는 일이다.

전략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높은 성벽을 쌓아 지지 기반을 좁히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는 “요새를 쌓고 거기에 머무는 자는 결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을 보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국을 뒤흔드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뒤에도 그 지지층을 끌어안는 데 소홀했다. 오히려 한명숙 전 총리를 대표로 세워 진영 논리를 강화했다. 공천 과정에서는 사상검증을 하듯이 정체성을 문제 삼았다. 덧셈의 정치가 아닌 뺄셈의 정치를 한 셈이다.

민주당의 패배 이후 안철수 대안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은 중도층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야권의 진영 논리를 거부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한다”면서도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투표하라”는 말이 그것이다. 현 정권 심판에는 공감하지만 어느 한쪽 진영에 몸을 담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안론이 힘을 받기는 힘들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진영 논리를 고수하는 민주당과 이를 거부하는 안 원장이 어떻게 흔쾌히 손을 잡겠는가. 설사 성사된다 해도 양쪽의 갈등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설가 이외수씨를 보자.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 한명을 지지했다가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큰 곤욕을 치렀다. 그 전에 야당 후보 여러명을 추천했는데도 소용이 없었다.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이다.

답답한 일이다. 그 정도도 포용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안 원장 개인이 아니라 지지자들이다. 안 원장과 연대한다는 것은 중도층을 끌어안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권은 그럴 준비가 돼있지 않다. 연대할 의사가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진영 논리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나꼼수 멤버들의 얘기처럼 “쫄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만약 야권이 그런 변화를 이뤄낸다면 안 원장과의 연대가 아니더라도 대선 승리의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정남기 경제부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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