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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북한 로켓 발사와 일본 정치 / 이종원

등록 2012-04-17 19:32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긴장이 지나친 탓인지 막상
로켓이 발사된 13일 정부의
대응은 혼란스럽고 느렸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실패로 끝났다. 이번에도 북한에 대해서는 일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장거리 로켓의 직접적 표적인 미국의 언론은 이란과 시리아 문제에 더 바빴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도 국회의원 선거에 북한 로켓 문제가 파묻혀버린 느낌이다. 그에 비해 일본 정계와 사회, 언론의 반응은 2009년 4월의 “인공위성” 발사 때보다도 한층 민감하고 강경해졌다. “정치 주도”를 내걸고 새로운 동아시아 외교를 모색한 민주당 정권이었지만, 정치적 기반이 취약해지면서 관료와 여론에 더 영합하는 자세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지난 3월16일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예고한 이후 일본 민주당 정부는 위기관리 면에서 이전의 자민당 정부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일본 전국을 대상으로 비상태세를 추진했다. 로켓 발사 경로에 해당하는 오키나와 섬들에 요격 미사일뿐만 아니라 그를 방위하는 부대까지 배치한 것은 과잉반응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았다. 이러한 움직임이 “도서(島嶼) 방위”를 강조하고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들에 자위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신방위대강’(新防衛大綱)의 예행연습이 된 측면도 적지 않다. 지난 한달 남짓 일본 각지는 자위대와 지자체, 경찰이 연계해서 비상태세를 구축하느라 분주했다. 로켓의 잔해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규슈나 오키나와뿐만 아니라 1000㎞ 이상 떨어진 도호쿠나 홋카이도 지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북한이 로켓 발사를 예고한 첫날인 12일부터 일본 정부와 각 지자체는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그러나 긴장이 지나친 탓인지 막상 로켓이 발사된 13일 일본 정부의 대응은 혼란스럽고 느렸다. 다나카 나오키 방위상이 “뭔가 발사된 것 같다”는 애매한 발표를 한 것도 발사로부터 40여분이 경과한 오전 8시23분이었다. 한국 국방부가 오전 8시에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를 공식 확인하고, 해외 언론들이 앞다투어 “발사 실패”를 전하는 와중에도 일본 정부는 전국을 연결하는 비상연락망을 통해 “우리로서는 발사를 확인하고 있지 않다”고 발신했다. 나중에 후지무라 오사무 관방장관은 미국으로부터 정찰위성 정보는 받았지만, 일본 자신이 수집한 정보와 대조해 확인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일본도 장거리 레이더로 감시를 하고 있어 그를 가미한 독자적 확인을 하려 했으나 실패해, 발표할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는 것이 내막을 아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안전보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계기로 북한을 24시간 감시할 정찰용 정지위성이나 이지스함의 근접 파견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숙한 정부의 대응이 오히려 군사 정보체제의 강화 요구로 귀결되고 있다.

로켓 발사를 둘러싼 유엔 안보리 외교에서도 일본은 가장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현재 안보리 의장국인 미국에도 새로운 제재결의 채택을 요구했으나, 미국의 소극적 태도로 “온도차”만 두드러졌다고 한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북한을 비난하면서도 조속히 2·29 북-미 합의로 국면을 전환시키려는 의도와 전략이 보인다.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한 사찰을 더 중시하고, 또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핵실험과 같은 파란을 피하고 싶은 미국 버락 오바마 정권으로서는 현실적인 대응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의 강경자세가 어떤 큰 전략적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한국을 포함해서, 지금은 기존의 제재를 재확인하는 안보리 논의를 토대로 하면서 김정은 신체제의 북한을 현실노선으로 유도할 외교적 연계를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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