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성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교육 인프라 확충
가정·학교 역할 강화 절실
가해자 되기 쉬운
위기가정 청소년들 돌봐야
가정·학교 역할 강화 절실
가해자 되기 쉬운
위기가정 청소년들 돌봐야
지난해 연말부터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가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방송과 신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만큼 학교폭력이 미치는 사회적 파장과 문제가 심각하다.
몇해 전 학교폭력 문제로 시끄러울 때 몇 개 시·도를 방문해 보니, 당시 학교폭력은 주로 중학교 2, 3학년이나 고등학교 1, 2학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후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현상이 심해져 요즘은 초등학교 3, 4학년까지 내려가고 있다. 이제 학생 생활지도가 중·고등학교 중심에서 초등학교까지 확대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면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 문제를 어떻게 해야 줄일 수 있을까? 그동안 학교폭력의 해결을 위해 숱하게 많은 방안들이 제시됐지만 별로 신통치 않았던 것 같다. 이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가정·학교·사회의 학교폭력 예방 대책 시스템과 교육과정 운영 등 교육 인프라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폭력의 당사자들인 가·피해자들에 대한 효과적인 조처에 관한 것들이다. 위의 두 가지가 수레바퀴처럼 함께 추진돼야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들을 몇 가지 제시해 본다.
우선 가정의 교육 기능이 회복·강화되어야 하겠다. 가정의 기초적인 교육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는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이 익혀야 할 기본생활습관인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교육은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해야 한다. 적어도 한 달에 한두 번은 자녀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가족이 함께 식탁에서 대화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학교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과 기능이 회복되고 더욱 강화되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 점점 실추되고 있는 학교의 권위 회복이 필요하다. 학교의 주체인 교원들이 학생 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을 갖도록 가정과 사회에서는 학교 교육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학교의 교육적 권위 회복은 교원들의 노력뿐 아니라 학교 당국과 교원들의 학생지도에 대한 전문성을 존중해 주는 학부모들이 있어야 가능하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의 주장만을 그대로 믿고 교원들에게 거친 항의를 하곤 한다. 학부모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자녀들의 교육을 위하는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교원들이야말로 가장 가까이에서 학생들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눈을 갖고 있다.
학교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과정으로서 실천 중심의 인성교육을 교정과 교실은 물론 학교 밖에서 펼쳐야 한다. 학생들이 바람직한 시민적 자질을 기르도록 사회성 함양의 준법 교육과 도덕 교육을 해당 교과는 물론 범교과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교원들은 학교의 교정과 교실에서 학생 지도를 새롭게 해야 한다. 학생들을 새롭게 보고, 이해하고,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지속적으로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과 인사하기, 건강상태 알아보기, 수업 시작 전 학생 안색 살피기, 수업 시간 5분 생활지도 등이 한 방법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인권친화적 학교와 교실을 만들기 위해 인권 감수성 교육을 실시하고, 학급규칙 준수하기, 학생자치회와 학급회 주관의 토론회 등을 통해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가해 각기 지켜야 할 약속이나 다짐 등을 매니페스토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기존 교육의 프레임을 바라보는 시각 전환과 교육복지의 확대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는 교육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과 아울러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언론에 보도되었던 일진회 관련 가해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우리 사회의 돌봄의 손길이 시급한 이른바 위기가정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가해자이면서 한편으로는 사회적 손길의 사각지대에 있는 또 다른 피해자들이다. 위기가정의 청소년들은 각종 비행 등 일탈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 유관기관과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확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앞으로 다시는 학교폭력의 문제로 학생이 자살을 하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유성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