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간사
공공기관 정책·예산 중요 역할
자문기구 구성원 여전히 비공개
신뢰성·투명성 어찌 믿을까?
자문기구 구성원 여전히 비공개
신뢰성·투명성 어찌 믿을까?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사건에 현 권력의 실세들이 연루됐다. 누구는 수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았고, 누구는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참여했단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현 정권이 끝나가는 이제야 알았다. 그 누구가 최시중이고, 박영준이고, 곽승준이라는 것도 이제야 드러났다. 그동안 그들의 이름은 비공개라는 장막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비공개 근거는 “개인정보 보호”다.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서야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 그런데 공적인 영역에서 개인정보와 공익정보를 혼동하는 경우는 의외로 비일비재하다. 그것이 이권이나 권력과 관련되어 있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정부의 각종 위원회 명단을 청구했다. 공공기관이 하는 대부분의 사업에는 자문기구로 각종 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사업과 관련된 정책과 예산을 승인하는 데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일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담당자들의 명단도 공개되지 않는다면 그 업무에 신뢰성과 투명성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공개된 내용은 가위 충격적이다. 파이시티 인허가 당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참여했다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살펴보면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소속을 공개한 기관은 서울, 전북, 충북, 경남, 광주, 제주, 6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관은 해당 위원회가 없거나 이름과 소속 모두가 비공개다.
이런 상황은 중앙정부라고 다르지 않다. 대통령실의 경우에는 기관 내 각종 정책자문위원회의 모든 위원 명단이 비공개다. 공개한 자료에는 글씨보다 개인정보를 가리기 위한 동그라미 표시가 더 많은 지경이다.
만약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 명단과 회의 내용이 세상에 공개되는 것이었대도 곽승준 위원장이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참여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정책을 결정할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무식 수준의 용기가 없다면 그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사생활에 대한 정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소중한 정보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정보일 때에만 한한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인정보라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법령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의 일부를 위탁 또는 위촉한 개인의 성명·직업은 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공공기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빌미로, 공적 영역에서 행하는 자신들의 행위를 숨기고 있다.
개인정보는 말 그대로 개인의 생활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가의 재원과 시스템이 동원되는 것임에도 개인정보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권력이양기에는 어김없이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시끄럽다. 대통령의 임기 말기마다 터지는 비리사건은 이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앙정부가 이런데 지역이라고 다를까. 이렇게 비리가 판을 칠수록 국민들의 불신은 깊어져만 간다. 다행히 이런 불신은 치료가 가능하다. 정부의 도덕적이고자 하는 의지와, 신뢰할 만한 장치가 뒷받침된다면 말이다.
일단 장막 뒤에 숨은 권력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그들의 이름을 밝히고, 그들이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결정을 했는지 하나하나 기록하고 공개해야 한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제 이름 공개가 두려울 리 없다. 제 발언이 낱낱이 공개된다는데 국민의 눈초리에 신경 쓰지 않을 리 없다. 그들의 실체가 공개될 때 추한 비리와 탐욕의 춤은 멈추게 될 것이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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