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국회는 참으로 많은 일을 하는 곳이다. 우선 입법부라는 명칭처럼 법을 만들고, 정부 예산을 심의하고 국정 전반에 관한 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맺은 각종 조약을 의결하는 역할도 하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의견 청취 기관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을 요약하자면 시민의 입장에서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하는 일이 가장 큰 역할일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문제를 일으키면 누가 감시를 하는 것일까? 정치인들이야 문제가 발생하면 공천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선거에서 낙선하는 것으로 책임을 진다. 하지만 정작 국회 전체가 문제를 일으키면 어떤 책임을 지는지 매우 모호하다. 이뿐만 아니라 국회가 문제를 일으켜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면 피감기관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한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정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국회는 최근 호화 청사라고 하는 국회의원회관을 신축하면서 온갖 고급 치장제와 좋은 재질로 장식을 해 1881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했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 의원회관도 4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할 뿐만 아니라 강원도 고성에 500억원을 들여 의정연수원을 지을 예정이라 한다. 물론 이 자체로도 예산 낭비로 비판받아야 할 일이지만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호화 청사를 지었을 때 어떻게 비판을 할지 의문이다. 실제로 성남시 청사를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는 호화 청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예산 낭비 사례를 비판해야 할 국회가 스스로 그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18대 국회의 최악의 입법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헌정회육성법’에는 전직 국회의원을 연로회원 지원금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을 단 하루라도 한 전직 국회의원이 65살이 넘으면 종신토록 매달 120만원씩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금액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높아질 수 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행정동우회(전직 공무원 모임)와 의정회(전직 지방의원 모임) 예산 지원 현황을 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광역자치단체가 의정회와 행정동우회에 지원하거나 책정한 예산은 각각 112억여원, 44억여원에 이르렀다. 이런 예산 지원은 그동안 끝없이 문제가 제기돼 왔다. 대법원은 2004년 서울 서초구의 의정회 지원조례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고, 2008년과 2009년에는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각각 관련 조례 삭제와 지원 중단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서울시 같은 경우 2012년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행정동우회는 예산 지원을 할 근거가 없는 친목단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을 감시해야 할 국회가 말도 안 되는 법안을 만들어 잇속을 챙기고 있으니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 가지만 더 지적해보자. 정부에서 가장 부패하고 위험한 돈 중 하나가 특수활동비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및 집행 내역을 남기지 않아 언제든지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1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유흥비와 골프 부킹비로 사용해 장관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바 있다. 최근에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이 민간인 사찰 및 특수활동비를 횡령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정부는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매년 8500억원의 특수활동비를 책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비판해야 할 국회도 특수활동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도 매년 85억원을 특수활동비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특수활동비의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무슨 감시가 되겠는가.
이제 19대 국회가 개원한다. 19대 국회의 비판 기능이 더욱더 매서워지려면 자기의 처신을 돌아봐야 한다. 자신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을 비판한다면 그 자체로 비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권위는 목에 핏대를 높이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명성과 책임성을 무장한 채 정부의 아픈 곳을 찌르는 것에서 나온다. 19대 국회가 스스로 얼마나 뼈를 깎는 개혁을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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