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사건은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군 특수전 관련 콘퍼런스에서 시작됐다. 패널로 참석한 닐 톨리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은 대북 인적정보 수집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데이비드 액스라는 기자는 톨리의 말을 충실하게 받아 적어 5월 말 일본 도쿄 소재 외교정책 관련 온라인 매체인 <디플러맷>(The Diplomat)에 기고했다. 톨리의 말을 인용한 그 기사는 미군 특수부대들이 이미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인적 정보(정보원이나 내부 협조자와 접촉해 얻어낸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액스는 특히 “평양의 대규모 지하 군사시설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해 낙하산으로 미군 특수부대를 북한에 투입해 왔다”며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의 놀라운 폭로는 미국이 한반도의 ‘냉전’에 계속 개입하고 있고, 북한도 대규모 충돌에 대비하고 있는 현실을 상기시켜준다”고 전했다.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미군 특수부대의 작전은 전쟁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미군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군은 특수부대를 북파하지 않았으며, 톨리 사령관의 말은 잘못 인용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 기자는 자신의 수첩을 다시 확인한 뒤, 톨리가 북한에서 수행한 임무들을 매우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더욱이 톨리는 그런 일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와 액스 기자의 논란이 계속되자 급기야 톨리 사령관이 나섰다. 그는 자신의 말이 기사에 잘못 인용되지 않았으며, 현재 시제로 말한 것도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가정에 근거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톨리는 “내가 불분명하게 언급해 듣는 이가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말하는데, 북한에 특수부대를 파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정보 수집 활동엔 한계가 있다. 인공위성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자세히 감시할 수 있지만, 날씨의 제약을 받는데다 지하 활동은 탐지할 수 없다. 탈북자들의 정보에는 시차가 많다.
1990년대 초반에는 미군이 북한에 정보 요원을 두고 있었다고 한 미국 정부 관리가 비보도를 전제로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더 자세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2004년에 포터 고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북한·이란 등 호전적인 나라에 정보 요원을 적극 침투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03년에 공개된 작전계획 5020을 보면, 미군은 군사분계선에서 임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충돌과 북한군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혼란에 대비하고 있었다. 펜타곤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에 스파이를 파견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나, 미국의 스파이가 존재한다고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믿게 만드는 것은 유용한 전략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지금 북한 상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게다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지도자가 북한을 통치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하다. 하지만 북한의 암흑 상태를 이해하기 위해 (스파이 파견 등의)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신중한 쪽을 택하는 것이 더 현명해 보인다.(대북 스파이 침투 발언을 둘러싼 논란 이후 단행된 미군 장성급 인사에서 닐 톨리는 주한미군 특수전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났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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