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한반도 통일을 논할 때면 중국의 입장과 태도가 단골메뉴로 떠오른다. 한국에서는 중국이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원하며, 통일은 바라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은 과연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
중국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지지한다는 뜻을 늘 표명해 왔다. 중국은 ‘평화’라는 수식어를 강조한다. 즉 ‘통일 과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통일 과정이 평화가 아닌 무력이나 전쟁에 의한 것이라면 중국은 단연 반대할 것이다. 근대사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을 겪으며 그 피해를 뼈저리게 인지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는 역사적 근거가 여기에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통일 후 미군이 압록강까지 주둔하게 될 것이므로,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통일 후에도 미군이 계속 한반도에 주둔한다는 설이다. 문제는 미-중 관계가 대결구도를 이룰 때, 미국이 한반도를 대중국 전략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할 때, 중국에게 이런 불편한 통일을 지지하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자칫 구한말의 ‘이이제이’ 도식을 다시 끌어들여 역사의 비극을 재현할 소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는 통일 후에도 지정학적 숙명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단언컨대 통일 후의 한반도는 결코 역사의 비극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한반도 통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통일 과정에서 한반도의 전통적 지정학이 약화되고 소실되는 것이라 하겠다. 한반도가 근대사 이후 고래싸움의 근원지가 된 데는 식민지 쟁탈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다.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전략이 한반도에서 갈등과 충돌을 빚으면서 지정학적 요소가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시대적 배경은 세계화와 지역경제블록화이다. 그럼에도 한반도가 여전히 전통적 지정학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국들의 지정학적 전략이 여전히 한반도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 현실이 강대국들에게 개입할 빌미와 틈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바로 이러한 틈새를 메우는 작업인 것이다. 결국 한반도의 통일은 남북 분단을 극복한 통일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멍에와 강대국 전략의 장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통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통일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중국에 이로운 것이다.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의 지정학적 전략이 한반도에서 강화되면 강화될 수록 중국에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멀게는 갑오중일전쟁, 러일전쟁, 중일전쟁으로부터, 가깝게는 한국전쟁과 한반도 분단으로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한반도 분단으로 중국은 정치·경제·외교·안보 등에서 많은 자원을 소모해 왔다. 한반도에서 지정학적 요소가 부각될 수록 관련 강대국들과의 갈등도 깊어지고 거기에서 오는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 통일은 이러한 역사에 궁극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될 것이다.
물론 오늘날 한국과 중국에는 각각 서로를 ‘위협’으로 보면서 ‘우려’를 버리지 못하는 시각이 있다. 양국은 한 세기가 넘게 강대국으로, 통일된 주권국으로 만나본 경험이 없기에 갈등을 겪기 마련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갈등은 새로운 자리매김을 위한 것이다. 양국 관계는 이미 그런 갈등을 극복할 만큼 성숙되어 왔다. 보다 큰 안목에서 본다면 그러한 갈등을 극복하는 원동력은 한반도 통일이 양국에 가져다줄 거대한 이익이라 할 수 있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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