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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엑스(X)

등록 2005-08-01 17:13수정 2005-08-01 17:16

유레카
로마자 알파벳의 스물네번째 글자인 엑스(X)는 그리스 알파벳에 처음 등장한다. 발음이 크히(chi)로 그리스도의 첫 발음과 같아서 크리스마스를 ‘X-mas’라고 쓰기도 한다. 서기 1세기 무렵엔 엑스와 비슷한 만(卍)자 기호가 기독교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엑스가 ‘미지의 것’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1595~1650)에서 비롯한다. 3세기 그리스 수학자 디오판토스는 미지수를 삼각형(△)으로 나타냈고, 프랑스 수학자 비에트(1543~1603)는 모음 알파벳으로 표시했는데, 데카르트가 엑스로 시작해 와이(Y), 제트(Z)까지를 미지수로 표시한 것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활자 여분이 많은 엑스자를 써달라는 식자공의 요청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나, 그가 개발한 엑스·와이·제트 세 축으로 이뤄진 ‘데카르트 좌표’가 기원인 것 같다. 오늘날 영어에서 엑스는 알파벳 26자 중 사용빈도가 23번째다.

이후 엑스는 수학을 넘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나타내는 데 널리 쓰이고 있다. 뢴트겐은 1895년 발견한 전자기파에 ‘엑스선’이란 이름을 붙였고, 1945년 일본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된 사람들에게 나타난 병은 ‘질병엑스’로 기록됐다. 흑인민권 운동가 말콤 리틀은 성을 엑스로 바꾸기도 했다. 캐나다 출신 작가 더글러스 쿠플랜드는 1968년을 전후해 미국에서 태어난 ‘가치관도 없고 개인주의적인’ 세대를 ‘엑스세대’라고 이름붙였다.

멀더와 스컬리를 주인공으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인 ‘엑스파일’은 미국 연방수사국이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기록해둔 자료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광고기획사가 만든 연예인평가 자료에 ‘엑스파일’이란 이름이 붙더니, 이번엔 옛 국가정보원의 정계·재계·언론계 인사 도청자료가 엑스파일을 유행어로 만들었다.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다는 뜻에서, 그야말로 ‘엑스시대’가 열렸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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