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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일본 정치의 불안정과 우경화 / 이종원

등록 2012-07-10 19:18수정 2012-07-10 21:06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2010년 ‘중일역전’이 일어났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이다. 1968년 일본이 서독을 제치고 이 자리에 오른 지 42년 만의 전락이다. 물론 아직도 1인당 국민총생산(GNP)으로 따지면 일본이 10배가 넘는다. 중국이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팽창하는 중국’이 국제정치의 힘의 균형을 급속히 변화시키면서, 불안정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이듬해인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일본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은 아직도 진행중인 심각한 문제다. 일본 사회가 자신을 상실하고 안으로 움츠러드는 것도 어쩌면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중요한 것은 정치의 리더십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치가 사회의 불안을 해소하고 개방성을 촉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역사적 정권교체로 탄생한 민주당 정권은 그러한 지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권의 미숙함으로 인해 안팎의 기득권 세력에 휘둘리면서 애초에 내건 개혁 자세는 퇴색하고, 자민당 정권 이상의 보수성을 보이고 있다.

자민당 정권의 오랜 염원이었던 ‘보통국가’가 민주당 정권에 의해 일거에 실현될 기세다. 노다 총리의 자문기관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변경할 것을 건의했다. 구체적인 조치의 하나로 평화유지활동(PKO) 시 무력사용을 허용하는 국제협력법 개정안도 이번 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우파로 분류되는 자민당의 아베, 아소 정권 때도 시도했지만 좌절된 것들이다. 문제가 된 군사정보협정 등 한-일 군사협력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에 대한 군사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자위권의 확장으로 유엔 헌장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평화헌법’의 취지에 위배되는 것으로 해석해 그 행사를 스스로 금지해왔다. 이를 바꾸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직접적으로는 한반도 및 그 주변에 배치된 미군과의 공동 군사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의 하나라 하겠다. 일본의 영역 밖에서라도 미군이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일본이 이를 지원하고 북한에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의 한반도 재침략”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잉반응이다.

하지만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한반도의 안전보장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의미는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의 미-일 2+2회의에서 괌에 미-일 공동훈련시설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이 소비세 인상과 내분으로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미·일의 군사적 일체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미국이 동아시아 안보 부담을 덜 목적으로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 한-일 안보협력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 그 배경에 있다.

한국의 대응은 쉽지 않다. 하지만 졸속 처리는 삼가야 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을 둘러싼 정치적 혼란과 외교적 추태는 이명박 정부가 외교 안전보장 전략의 큰 틀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두되는 동아시아의 신냉전 상황에서 한국과 한반도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 중국을 포함한 지역안보의 추진 등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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