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
재임 5년차. 대통령을 좋게 이야기하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 보수신문에서도 대놓고 그를 힐난하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그의 공적을 찾아본다. 정말 1% 특권층의 눈으로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찾고 싶다. 쉽게 ‘과’라고 제쳐버린 그의 정책 행위에도 ‘공’의 흔적들이 있을 수 있다. 현 대통령의 권력 행사엔 그만의 의지가 실려 있었던 게 아니다. 많은 지지자들과 테크노크라트들이 함께했다. 대통령이 역사의 심판대로 밀려난다고 재임중 정치행위가 단절되는 것도 아니다. 최고권력자를 열외 취급하는 임기말 분위기에 휩쓸려 지난 4년을 망각의 강으로 흘려보내선 안 된다. 논란이 컸던 정책일수록 그 출발과 집행 과정을 철저히 따져 공과 과의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대통령에게도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
대통령은 독재가 마감된 이후 최악의 언론통제자로 찍혀 있다. 여러 국가기관을 동원해 임기가 남은 <한국방송>(KBS) 사장을 쫓아냈다.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대통령의 수하가 <문화방송>(MBC) 사장 조인트까지 까며 방송사 인사에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여러차례 노조원들을 고소해 고소왕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장은 ‘조인트’를 부인하면서도 폭로 당사자에게 법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
우리 방송시장에서 기껏 1개 정도 수용 가능하다는 여러 전문가 진단을 물리치고, 대통령은 보수신문 4곳에 종합편성채널을 안겨주었다. 자신의 대선 참모를 한국방송 사장에 임명했고, 이 인사가 장악한 공영방송은 야당 당사를 도청했다는 충격적인 의혹에 휩싸였다. 수사기관은 이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다. 실체 규명이 되지 않을 경우 의혹은 자연스레 사실과 섞이게 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결딴날 것이라며, 언론 전문 학자 200여명은 언론 자유와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포럼 형식의 결사체까지 만들었다.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상당수였다. 4년 전 보수신문들은 한국방송 이사회가 사장 해임을 의결한 주요 사유였던 배임 혐의를 기정사실화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런 사람을 어떻게 공영방송 사장 자리에 계속 놓아둘 수 있겠는가”라고 썼다. 수사검사 4명을 동원한 <피디수첩> 광우병편 제작진에 대한 형사소추도 이들에겐 비판의 대상이 아니었다. 두 건 모두 대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무더기 종편 승인에 대해 한쪽에선 방송의 다양성 확보, 일자리 창출, 글로벌 미디어기업 육성론 등을 내세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9대 국회 개원협상에서 여야는 ‘문방위에서 언론관련 청문회를 개최하도록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지난 4년 위정자가 언론 자유를 파괴한 것인지, 아니면 언론의 제자리 찾기를 시도한 것인지, 진실은 하나일 것이다. 민의의 대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국회가 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길 바란다. 그냥 묻기에는 우리네 삶에 끼치는 언론의 영향력이 막중하다.
여러 의혹을 시간을 가지고 끈질기게 추적했으면 한다. 한국방송 사장 축출의 출발점인 신태섭 당시 한국방송 이사의 동의대 교수 해임에 정말 신 교수 주장처럼 교육부 고위간부까지 동원된 것인지. 감사원은 왜 한국방송 사장의 ‘부적절한 경영행위’를 해임 요구 사유에 해당하는 ‘현저한 비위’로 본 것인지. 진실의 문을 여는 과정에서 대통령에게 씌워진 오명이 벗겨질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론 자유라는 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지는 것이란 점을 국민 마음속에 깊이 새겨준 ‘공’에 감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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