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미국이 2008년부터 시작된 심각한 경기 위축 상황에서 느리고 정체된 회복기를 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자리는 그동안의 평균적인 추세에 견줘 여전히 1000만개나 부족하다. 현재 일자리가 한달에 10만개 정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 추세로는 일자리 회복 속도가 지금보다 두배 빨라져 한달에 일자리가 20만개씩 꾸준히 늘어난다 해도 완전 고용 상태를 회복하려면 앞으로 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생산 쪽을 둘러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지금 미국 경제가 잠재 국내총생산(GDP)에 견줘 6% 부족한 상황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잠재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 2.4% 정도다. 이는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하려면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3%씩 성장을 해야 함을 뜻한다.
불행히도 언론이나 워싱턴의 꼼꼼한 정책결정자들은 그들이 매번 오독하고 있는 최신 경제 데이터에 매몰되어 경제의 장기적인 추세에 대한 논의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겨울의 ‘호황’은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날씨 덕분에 일반적인 추세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소매판매, 주택판매가 이뤄진 것이다. 그로 인해 많은 경제분석가들이 경기 회복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품게 됐다.
지금은 그와 반대로 상황이 돌아가고 있다. 기대 이상이었던 지난겨울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올봄의 부진함에 의해 상쇄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연속 부진한 일자리 회복세를 경험하고 있으며, 미국 상무부는 소매판매가 3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소매판매 수치가 공개되자 사람들은 역사책을 뒤져 소매판매가 3개월 연속으로 하락한 뒤에는 거의 예외 없이 불황이 도래했음을 발견해 냈다. 이중침체(더블딥)를 경고하는 벽장 시계들이 일제히 울어대며 우리가 두번째 침체를 맞이하고 있다는 경고를 쏟아낸 것이다.
그러나 석달 연속 소매판매가 하락하면 불황이 온다는 사실을 과도하게 걱정하기에 앞서 그 전 석달 동안 소매판매가 연 8.5%나 증가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소매판매는 여전히 지난해보다 5% 정도 늘어난 상태다. 이는 불황의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주택판매 등 경제의 다른 분야들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상무부의 주택판매지수는 지난 6월부터 2008년 가을 리먼 사태가 터진 직후 수준의 판매율을 보이고 있다. 제조업 분야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자료를 보면, 6월의 생산량이 0.7% 늘었다. 지난 몇주 동안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고용의 완만한 회복세와 일치하고 있다.
많은 경제 지표들이 미국 경제가 연 2.5% 성장이라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대단히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분명히 불황이라고 좌절할 만한 수준도 아니다.
불행히도 지난 몇달 동안의 경제 관련 보도들은 과도한 비관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이를 극복하려면 공개된 지표들이 변덕스럽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지표든 실제보다 축소하거나 과장할 수 있는 많은 임의적인 변수가 있다. 어떤 지표가 공개되면 이를 지난 지표와 입수 가능한 다른 정보들과 비교해 가며 살펴봐야 한다. 날씨도 중요하지만, 계절적 조정이라는 것은 정상적인 날씨 변동을 반영하는 것이지 허리케인이나 이상고온 현상까지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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