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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핵 이후’ 가 더 중요하다

등록 2005-08-07 20:31수정 2005-08-07 20:32

성한용 정치부 기자
성한용 정치부 기자
아침햇발
 군사강대국인 미국은 21세기에도 유일패권주의를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 등 새로운 강대국과 다극체제를 전제로 협력적 패권질서를 추구할 것인가.

냉전체제에서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은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눈으로 보면 일본은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교두보였고, 남한은 그런 일본의 전초기지에 불과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구도가 해체됐지만 미국은 중국을 잠재적 적국으로 설정해 놓고 여러가지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한반도의 운명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슬프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베이징에서는 6자회담이 한창 고비를 넘기고 있다. 우리는 이제 조용히 ‘북핵 그 이후’를 생각해 볼 때가 됐다. 북핵 문제는 사실 21세기의 동북아 질서라는 배경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계속 긴장을 고조시킬 생각이라면, 인권, 미사일 등 다른 문제를 끊임없이 만들어 나갈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요즘 그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7월13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노 대통령은 그와 동북아 질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흘러나온 얘기를 종합하면, 노 대통령은 라이스 장관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토대로 미국이 21세기의 동북아 질서를 어떻게 구축하려는지 묻고, 자신의 의견을 상세히 밝혔다고 한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미국의 뜻을 거부할 수 없으며,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중요하겠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이 강해야 이 지역이 안정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동북아에서 균형자 구실을 할테니 미국은 한국이 강해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라이스 장관은 노 대통령의 이런 의견을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하고, 이 지역에서 강대국의 대결은 없을 것이며 통일이 될 때까지 한국이 세운 일정대로 남북관계가 발전해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 미국과 한국의 관계를 ‘강한 관계’로, 미국과 중국은 ‘좋지만 복잡한 관계’로 표현하며, 중국이 이 지역에서 ‘긍정적인 세력’으로 부상하도록 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7월7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도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쟁탈, 이념의 전선이 한반도를 가로 지르고 있는데, 이 전선을 해소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동북아시아 전략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우리 정부가 미국과 동북아 질서의 ‘비전’에 대한 의견 교환을 이미 조심스럽게 시작한 상태라고 확인하고 있다.

이호재 교수는 2003년 <21세기 통일한국의 이상론>이라는 책에서, 20세기까지 많은 분쟁과 전쟁의 근본 원인이었던 패권적 동북아 지역체제를, 미, 중, 일, 러 4개국에 준강대국인 한국이 참여하는 ‘동북아 5개국 체제’로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물론 전제는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통일한국까지는 아니더라도 평화공존적 관계로 발전해 상호협력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북아의 현안인 북핵 문제와 대만 문제가 협상과 타협으로 해결된다면 새로운 체제 구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현실론’을 내세워 냉전 시대의 사고 방식을 언제까지나 붙들고 앉아 있는 것은 민족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은 냉철한 현실 감각과 함께 ‘비전’을 꿈꿀 때다. 21세기 동북아 질서의 밑그림은 우리 머릿 속에서 나와야 한다. 한반도의 주인은 결국 우리다.

성한용 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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