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
<한국방송>(KBS) 새노조가 9일 파업에 들어간다. 지난 6월 석달간의 장기 파업을 끝냈으니 다섯달 만이다. 170일 동안 파업했던 <문화방송>(MBC) 노조원들도 넉달 만에 다시 파업을 결의하고 시기를 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구본홍씨의 <와이티엔>(YTN) 사장 임명으로 촉발된 ‘방송의 싸움’이 다음 대통령을 뽑는 순간까지 계속되고 있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소중한 에너지가 본업과 무관한 일에 바쳐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시청자, 즉 시민들이다.
공영방송은 사영방송과 어떻게 다른가. <에스비에스>(SBS)나 조·중·동·매 종합편성채널은 경영 성과가 대주주의 이익과 직결된다. 공익만을 앞세울 수 없다. 공영방송의 존재 목적은 공동체와 그곳에 속한 시민의 이익이다. 정보 제공(inform)과 교육, 오락. 공영방송의 대명사 격인 영국 <비비시>(BBC)의 한결같은 방송 목표다. 가장 앞자리에 있는 정보란 뭔가. 시민이 자신과 공동체의 운명을 결정할 때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도움이 되는 뉴스를 말한다. 똑똑한 시민들은 권력자의 일방적 선동이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는다. 공영방송이 민주주의의 튼튼한 버팀목인 이유다. 언론학자인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지난해 펴낸 <말과 권력>에서 고대 그리스 시민을 ‘좋은 판단으로 민주주의에 봉사하는 자’라고 설명했다. 지금과 다르지 않다. 그들의 판단이 공동체와 시민의 운명을 결정한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울분은 이런 소명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했다. 지난 몇 년간 공영방송의 정보제공 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였다. 일각에선 노무현 때가 더 편파적이었다고 논점을 흐린다. 그럴까. <한국방송> 메인뉴스의 대통령 재임 평가 기사를 찾아봤다. 이명박 대선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병순 사장 시절에 전파를 탄 1년 평가 기사는 공과를 두루 짚었다. 비판·지지 인터뷰도 2 대 2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이 대통령 선거참모 출신인 김인규 사장이 들어선 뒤인 집권 2·3년 평가 때는 비판이 사라진다. 우리 민족이 변두리에서 한복판으로 들어왔다는 원로들의 덕담(2년)과 ‘성과와 과제’(3년)만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집권 1년차엔 ‘경제 낙제점’이란 큰 제목을 달았고, 3년차에는 ‘58%가 노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비중 있게 전했다. 시민을 똑똑하게 만들기는커녕 본인들만 바보가 되는 방송에서 공영방송의 차별성을 말하기는 힘들다.
지난달 30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뜻밖의 발언을 했다. “방송의 공공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지난 4년 방송인들을 화나게 한 원천이 바로 정권의 방송 공공성 무시였다. 오죽했으면 언론 학자 200여명이 미디어공공성포럼이란 단체를 만들었을까. 기왕에 나온 말이니 한번 따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비비시>의 예에서 보듯, 방송 공공성의 요체는 시민을 똑똑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시키는 가장 튼튼한 동아줄은 방송의 독립성 확보다. 그래야 시민들은 방송을 신뢰한다.
권력은 늘 방송 장악의 유혹을 받는다. 그래서 공영방송 구성원들은 권력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었다. 김재철 사장이 폐기한 문화방송의 국장책임제나 한국방송 단체협약에 명기된 본부장 불신임 투표 등이 대표적이다. 현실은 어떤가? 본부장 시절 80%가 넘는 불신임을 당한 이들이 다음 한국방송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청와대의 뜻이란다. 공공성 구현까지 갈 필요 없이 당장 공공성 파괴를 막을 방법부터 찾는 게 박 후보의 전매특허인 말의 실패를 최소화하는 길일 것이다.
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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