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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유산을 남기는 임기? / 존 페퍼

등록 2012-11-20 19:16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오바마는 벌써부터 부유층 증세를 통해 부채 위기를 해결하라는 위임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외교정책에 가지는 함의는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 두 대선 후보는 국제문제에 대해 거의 얘기하지 않았고, 이란과 이스라엘, 아시아태평양, 대테러 등 주요 이슈에 대한 차이도 별로 없었다. 오바마는 이번 승리로 외교문제에 대한 새로운 담대한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어떤 암시도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오바마가 족적을 남기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필자도 오바마가 외교정책에서 유산을 남기고 싶어한다고 확신한다. 그는 아랍-이스라엘 갈등을 종식시킨 대통령 또는 지구온난화를 동결시킨 대통령으로 알려지는 데 매우 감사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가 보자.

우선, 대통령이 공화당의 간섭 없이 외교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생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의 첫 임기가 시작된 첫날, 오바마는 관타나모 감옥을 폐쇄하려 했으나 공화당의 저항에 직면했다. 그는 핵무기 감축을 공약했으나, 공화당 의원들은 핵무기 시설의 현대화를 조건으로 러시아와의 무기감축협정에 동의했다. 하원은 지구온난화 문제와 관련해 오바마의 손을 묶어버렸다.

대통령은 그가 좋아하는 나라를 방문하고, 그가 원하는 사람과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토론이 조약으로 만들어져야 할 때는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많은 돈이 소요되는 협정이 되려면 하원 세출위원회가 관여해야 한다.

오바마가 이런 정치적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가 이를 위해 정치적 자산을 기꺼이 투자하려 할까? 지금까지 행적은 대통령이 무슬림 세계와의 화해, 핵 폐기 등 기존의 틀을 바꾸는 중요한 연설을 하기를 좋아하지만 이런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려 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예컨대, 그는 수사학적으로는 대테러 정책에서 전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했으나, 드론(무인기) 전쟁을 확대했다. 적과의 협상 의지를 내세웠으나 재임 기간 상당한 변덕스러움을 보여줬다. 북한·이란·탈레반에 대한 초기의 관여 기회는 허비됐다.

물론 미국 외교정책의 전환 실패가 공화당의 저항이나 대통령의 조심스러움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유산 만들기의 중요한 걸림돌은 외부 세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정이 성취되기 어려운 핵심 이유다. 이란이나 북한 지도층은 오바마가 기념비적 협정으로 대통령의 유산을 주장할 수 있도록 갑자기 부드러워지지 않을 것이다.

부분적으로는 외부 세계 탓에, 오바마는 국제문제에서 좀더 겸손한 역할을 해왔다. 오바마는 다른 사람들 앞에 서서 대담하게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이끄는” 것을 선호한다. 다소간 국제기구들을 존중한다. 마침내는 대규모의 군비 감축을 시작하고 국무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다. 첫 임기의 주요한 외교적 업적인 미얀마와의 관계 회복은 오바마의 이런 접근 방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권위주의 정부로부터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는 군사정부와의 협상은 비교적 조용하게, 동맹국과의 밀접한 협력하에 이뤄졌다.

오바마 대통령 시기의 미국은 마침내 세계가 다극화돼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한 사람 또는 한 국가가 이 다극화한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관념은 빠르게 구식이 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이런 권력이동을 익숙하게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오바마의 주요 유산이 될지 모른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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