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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민주주의의 선물 / 강성만

등록 2013-01-02 19:18

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
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
국민들은 계사년을 맞아 ‘수도선부’란 사자성어를 알게 됐다. 물이 불어나면 큰 배가 저절로 떠오른다는 뜻이다. ‘국력을 키워 세계로 나아가자’는 대통령 신년사에 담겼다. 임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에게 물이 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당장 ‘함께 잘살기’보다는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훈계로까지 들린다. 지난달 청와대 동네 투표소의 풍경이 떠오른다. 대통령은 악수를 거부한 진보정당 소속 참관 대학생에게 “젊은 사람이 긍정적으로 살아야지”라고 했다. 악수하고 싶지 않은 한 국민의 순정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을까. 자신을 향한 국민의 ‘의사표현’에 책망 섞인 충고로 반응한 대통령. 지난 5년 그가 왜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는지를 설명해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의 대부분을 여론과 거슬러 자기 길을 갔다. 미국산 쇠고기 협상, 4대강, 언론법 등 반대 여론에 귀를 막았다. 기자회견도 피했다. 취임 이후 3년 연속 새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대신 연설을 했다. <한국방송>(KBS) 라디오에 격주마다 나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100차례 이상 했다. 그가 틀어쥔 방송은 권력에 좋은 말만 했고, 종합편성채널에 코가 꿰인 신문 역시 여론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다. 그가 방송장악에 골몰했던 2008년 여름 현역 기자들의 대통령 지지율(한길리서치 조사)은 2.7%로 떨어졌다. 여론에 귀를 막은 권력자에 대한 여론전달자들의 예민한 반응이었다.

쓴소리에 귀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싹을 자르려 한 지난 5년의 기억은 새 정부에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 많은 국민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전임자가 실패한 국민과의 소통에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생각이 여과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언론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은 과제다. 지난 5년간 순치된 공영방송은 여전히 ‘권력 해바라기’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문화방송>(MBC) 상태는 중증이다. ‘청와대 조인트’ 김 사장은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드러났으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화방송은 여론의 공분을 산, 당선인의 윤창중 인사 논란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종편 선정 때까지 지독히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했던 한 보수신문은 박근혜 당선 이후 다시 당선인의 마음에 흡족할 만한 1면 머리기사 제목을 뽑고 있다. “‘1469만 표’에 손 내민 박근혜”(12월21일), “이겼지만 … 친박 기득권 버린다”(22일), “박근혜 첫 인사, 친박·영남 없었다”(25일), “인수위 김용준·진영 체제로/ 대통합·일자리 먼저 챙겼다”(28일) 등.

대선이 끝난 뒤 당선인의 한 측근은 인수위의 인사 방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수석대변인조차 기자들 앞에서 봉투를 찢어 인수위원장 인사안을 발표했다. 당선인이 가까운 인사들과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힘을 얻었다.

여기에 언론마저 이명박 시대를 답습한다면, 당선인은 무엇으로 국민과 만날 수 있을까. 어려운 질문이다. 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은 2008년 펴낸 회고록에서 유신 말기 중앙정보부의 개입으로 해고한 정치부장을 박근혜의 개입으로 복직시켰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독재와 민주정부를 가르는 확실한 징표가 언론자유다. 국민이 직접 뽑은 박근혜 정부에서 아버지 통치 시절 질식했던 언론이 ‘권력 감시’라는 제구실을 할 수 있다면, 이는 당선인에게 민주주의가 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다.

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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