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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새 부대에 새 술을 담을 수 있는가 / 이종원

등록 2013-01-22 19:50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한반도의 남북과 주변 관계국에 새로운 정권들이 들어서는 가운데 새해를 맞이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처럼 재선한 경우도 있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재집권에 성공했다. 북한의 지도자 교체라는 큰 변화 속에서, 20년 이상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 핵위기의 돌파구를 찾는 새로운 외교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곧 확정될 것으로 보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올해 한반도 상황의 추이를 좌우할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애초에는 중국의 소극적인 자세로 새로운 제재결의보다는 기존 제재의 재확인 및 강화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중국이 ‘양보’를 하면서 형식 면에서 새로운 제재결의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형식 면에서는 북한의 유엔결의 위반에 강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내용 면에서는 다소 완화하는 타협책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만약 애초 예상을 뛰어넘어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가 성립될 경우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으로 반발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각국의 새 정권들은 출범 직후부터 한반도의 긴장 격화와 난기류에 휩싸이게 된다.

아직 그 내용이 확실하지 않지만 중국이 새로운 대북 제재결의에 동의했다면 이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보수파라 여겨진 시진핑 신체제가 선택한 최초의 대북정책이 원칙적인 강경자세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진핑 신체제로서는 첫 단추를 끼우는 단계부터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갈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중국에 비판적인 국제사회의 시선도 어느 정도 의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원칙적인 강경자세로 북한의 행동에 틀을 설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외교와 경제협력 등의 수단으로 북한을 회유하고 억제하는 이중적인 정책을 강화하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집권 2기를 맞는 미국 오바마 정권도 케리 국무장관 등 ‘대화파’가 외교의 중심에 배치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 문제는 아직 정책적 우선순위가 높지 않고, 국내정치적으로 북한에 대한 유화자세는 좀처럼 취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베테랑 신문기자인 제임스 맨이 면밀한 취재를 통해 펴낸 최근 저서 <오바마주의자>가 잘 분석하듯이, 오바마 대통령과 그 측근들과 같은 ‘신세대 리버럴’들은 인권이나 민주주의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주의적 자세가 두드러진다. 오바마 정권이 북-미 대화에 소극적인 이유의 하나다.

일본 아베 정권은 좀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기세다. 안보리 결의를 넘어서는 독자 제재를 한·미 양국과 함께 실시한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래 북한이 수면 아래서 아베 정권에 접근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측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아베 총리 자신은 6월 참의원 선거까지는 강경책을 주창하는 것이 국내정치적으로도 상책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을수록 한국 새 정권의 대북정책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비핵화에 대해 원칙적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외교적 통로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정세 안정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국의 중심성을 확보하는 데도 불가결하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인도적 지원과 정치 문제의 분리를 강조하면서 미·중과의 긴밀한 협조와 더불어 포괄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내걸고 있는 것은 타당하고 현명한 전략이다.

이종원 일본 와세다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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