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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북핵 게임의 진실과 곤혹 / 진징이

등록 2013-02-26 19:23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동북아는 또 한번 발칵 뒤집혔다. 북한이 애초부터 핵 보유를 목표로 했다는 설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사실이라면 국제사회가 20년간 헛짓을 한 꼴이 된다. 과연 세계 최강국들이 북한에 놀아날 만큼 어리석었을까? 어찌하여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냉전이 종식된 뒤 러시아·중국이 한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미국·일본과의 교차승인이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그때 교차승인이 이루어졌다면 역사는 바뀌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북한은 홀로 나동그라졌다. 미국에는 그 상태의 북한이 필요했던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목을 맸다. 매개는 북핵이었다.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리라는 등식이 북핵의 국제정치학을 전개시켜 왔다. 어찌 보면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리라 믿었고, 북한 역시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려 하지 않으리라 믿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결과는 북한이 ‘악’이지만 과정을 보면 북·미가 함께 북핵을 눈덩이처럼 굴려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 게임에서 미국은 북한에 놀아나기만 한 것일까? 자의든 타의든 결론적으로 북핵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에 힘을 실어주었다. 북핵은 남북관계를 긴장과 완화의 패턴으로 움직이게 해왔고, 그 과정에서 한·미·일 공조를 강화시켰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도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미국의 ‘의도’에 의하여 중-북 관계에 금이 가고 갈등의 골이 깊어갈 수 있는지 모른다. 북핵으로 얻은 것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무엇을 믿고 북핵 문제를 파국에 가깝게 밀고 나가는 것일까? 북한은 북핵이 한·미·일 공조를 전례 없이 강화시킨다는 것을 안다.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중-미, 중-한 관계에 갈등이 깊어가는 것도 모를 리 없다. 북한은 북핵이 동북아에 새로운 냉전을 몰고 올 것을 바라는지도 모른다. 북한은 정치·군사 강국이 되었기에 근대사 이후의 ‘지정학적 열세’를 ‘지정학적 우세’로 바꾸어 이젠 ‘대국을 쥐락펴락한다’고 한다. 그러면 북한은 얻는 것이 더 많은 것일까? 분명한 것은 북한은 글로벌 시대에 발전의 기회를 잃어 왔고, 계속 잃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이목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쏠리고 있다. 사건은 한반도에서 터졌지만, 타깃은 또 중국이다. 왜 북핵 게임이 결과적으로 중국을 진퇴양난에 빠뜨리는 것일까? 북·미 모두 중국이 소련의 전철을 밟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북핵이 동북아 국제질서 구축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근대사 이후 한반도 문제를 중심으로 질서 재편이 이루어졌던 역사가 재현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가 잘 풀리면 협력의 질서에 희망이 있다. 9·19 공동성명이 그린 밑그림이다. 풀리지 않으면 갈등과 충돌, 대결의 질서가 기다릴 수도 있다.

해법은 있는 것일까? 한·미·일은 이제 중국이 나서서 북한의 목을 조여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초래되는 혼돈은 누구의 몫일까? 미·일의 몫은 아닐 것이다. 이제 북핵 문제에 대해선 결자해지로 북핵의 발단인 냉전구도를 해체해 나가는 근원적인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냉전구도가 해체되지 않으면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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