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
<뉴욕 타임스> 사설면 책임자인 앤드루 로젠탈은 이름을 걸고 신문에 고정칼럼을 쓰는 일을 “보호그물 없이 허공에서 와이어 액션을 하는 것”에 견줬다. 배경이 각기 다른 다양한 독자들을 상대로 공감을 얻어내는 주장을 펼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토로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 비유라면 몸이 몇번은 바스러졌을 이가 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다. 취임식 전날 언론에 슬쩍 흘린 정보로 대변인 내정 사실이 알려진 윤씨가 칼럼니스트 시절 사용한 언어는 아이가 따라 배울까 겁날 정도로 저열했다. ‘간교’나 ‘가증’ 같은 적의를 최대한 키우는 단어를 사랑했다. 안철수씨가 대선 후보직을 사퇴할 때 ‘간사하고 교활하다’는 뜻의 ‘간교’를 끄집어들었다. 사인 간의 다툼에서도 써선 안 될 저주의 언어다.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김용준씨는 언론의 검증공세를 떠올리며 “칼에 베인 상처는 잠시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간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에게 아물지 않을 상처를 남긴 이가 청와대의 입이 된 것이다.
윤씨의 사유와 표현은 개방된 공론장보다는 골방이나 폐쇄적인 인터넷 카페에 어울렸다. 그가 박정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는 학자와 언론인에게 붙인 수식어가 ‘종빨’이다. 종북 혹은 빨갱이 한 단어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보수언론조차 그에게 등을 돌렸다.
대통령은 자신이 그 험한 입의 소유자와 통했음을 이번 인사로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윤씨에게 사악하다는 비판을 받았던 많은 국민들은 한동안 티브이 뉴스 보는 게 고역일 것이다. 국민 행복이라는 구호와 동떨어진 대통령의 선택에 상당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결정을 정치적 반대자를 향한 적의의 노골성과 표현의 저열함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싶지 않다. 윤씨의 글은 다른 각도에서 보면 충성심의 강렬한 표출이었다. 언론인의 직업윤리, 균형 이런 것을 제쳐 놓고 박정희와 박근혜 부녀를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자신을 던졌다고 볼 수도 있다. 윤씨의 인수위 활동 역시 그 연장선이다. 기자들 앞에서 밀봉 봉투를 뜯는 모습에 거의 모든 언론은 ‘지금이 어느 시대냐’며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그 광경은 ‘주군’을 향한 일편단심의 극적인 노출이기도 하다. 인사권자의 정확한 생각은 알 수 없다. 다만 결과만 보면, 충성심이 국민의 상식적 감정에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인수위 ‘단독기자’ 윤창중은 박근혜 언론관의 상징이었다. 권력 내부에 입이 있는 사람은 1인자 한명이고 그 뜻을 국민에게 전할 권리가 있는 사람은 단독기자 한명뿐이라는 게 그 언론관의 요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언론통제 시대를 연상시키는 불통 언론관이 청와대와 행정부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권력과 국민을 이어주는 언로를 단독기자가 장악하고, 권력 내부의 나머지 드러난 말에는 촉새라는 질책만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권력 내부의 그 누가, 생각이 다른 이들을 만나 의견을 모으고 동의를 구하려 하겠는가. 입단속이 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을 누가 감수하려 하겠는가. 말은 최대한 줄이고 대통령의 의중만 살필 것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계획은 10%, 실천은 90%’라고 하지 않았는가. 자신의 뜻대로 일사불란하게 국정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권력 내부에 제대로 된 소통은 없고, 언론의 불편한 목소리에 귀마저 막는다면 ‘4대강 속도전’ 이상의 무리수가 국민과 나라를 고문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박과 윤, 두 사람의 위험한 소통을 경계하는 이유다. 단독기자 완장을 내려놓고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구할지 고민해야 한다.
강성만 문화·스포츠 에디터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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