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편집국 에서] 아웃소싱은 답이 아니다 / 이제훈

등록 2013-04-24 19:14

이제훈 국제부장
이제훈 국제부장
사람들이 묻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그걸 누가 알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모를 거다. 하지만 적잖은 이들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한다. 이명박 정부 외교부 차관보를 지낸 이용준 같은 이가 대표적이다. 이런 단언의 귀결은 협상 무용론이다. 대화와 협상을 굴복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협상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전쟁? 상호 파멸. 길이 아니다.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답을 찾으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려면 무얼 어찌해야 하나?’ 당위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비핵 한반도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잊지 말자. ‘외교의 아름다움은 상대방이 전략을 바꾸게 하는 데 있다’는 격언을.

북한은 3월31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경제 및 핵무력 건설 병진 노선’을 전략 방침으로 결정·공표했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유일한 나라인 북한을 국제사회가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누가 북한의 이런 일방적 전략을 바꾸려 먼저 나설 것인가. 미국?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얼개는 이렇다. 첫째, 북한이 움직이면 미국도 움직인다. 둘째, 중국을 앞세워 북한의 비핵화를 도모한다. 중국의 협조를 구하되, 미국이 홀로 먼저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거듭된 협상 실패의 트라우마와 불신, 북한에 대한 싸늘한 국내 여론 탓에 홀로 뭔가를 꾀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오바마 행정부의 판단이다. 중국이 먼저 나설 수 있을까? 중국의 한반도·북핵 전략은 분명하다. 첫째, 북한의 비핵화보다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우선한다. 북한이 지도에서 사라지고 그곳을 미국의 영향력이 잠식하는 건, 중국한텐 재앙이다. 둘째, 북핵 문제는 북-미 적대 관계의 산물이니, 문제 해결의 책임은 미국에 있으며 중국은 협력한다. 미국이 대안을 내놓고 책임 있게 움직이지 않는 한 중국이 먼저 나서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중국은 혼자서 북한의 목을 조르거나 생존을 책임지는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려 한다.

요컨대 미국과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서로에게 아웃소싱하려 한다.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21~24일 워싱턴 방문 목적은,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한·중·일 순방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 정세 안정 방안을 강구하려는 데 있다. 알짬은 6자회담 재개 가능성 타진이다.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율해 관련 당사국들을 6자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게 할 마중물과 판돈을 누가 대느냐가 관건이다. 남한테 맡겨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면, 아니 오히려 악화한다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먼저 움직여야 한다. 아웃소싱은 한국의 몫이 아니다.

한국의 창조적 상상력과 선도적 행보가 아름다운 연쇄반응을 일으킨 선례가 있다. 1998년 북한의 금창리 지하핵시설 의혹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디딤돌 삼아)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상호 특사 방문으로 이어진 페리 프로세스라 불린 ‘김대중-클린턴 프로세스’, 2005년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는 북·미를 압박해 9·19공동성명을 일궈낸 한-중 협력 플레이 따위가 대표적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5월7일 한-미 정상회담을 하려고 워싱턴으로 떠난다. 박 대통령의 손가방에 미·중의 한반도 상황 관리를 훌쩍 뛰어넘을, 훗날 동북아 탈냉전의 돌파구를 연 ‘박근혜-오바마 프로세스’로 불릴 담대한 구상이 담겨 있으면 좋으련만.

이제훈 국제부장nomad@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아베 “‘독도는 일본 땅’ 국제사회에 침투시켜라”
통신비 아끼려…‘유심 단독개통’ 급증
은밀하게 삽질하는 우리는 ‘게릴라 가드닝’
‘절친’ 추신수·이대호 메이저리그에서 만날까?
[화보] 그래도 아이는 태어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