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북핵 문제에서 중국 역할론이 다시 대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 방문 중 “북한의 변화를 위해 중국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가 고무적”이라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 역할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가 진전이 있을 때는 별로 거론되지 않다가 이 관계가 대결로 치달을 때면 단골손님처럼 나오곤 한다. 본래 중국 역할론은 중국이 나서서 북한을 설득해 핵을 포기하게 하고 개혁개방으로 나오게 하는 구실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아니다. 북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이 이를 죄어 변화를 유도하는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북정책을 바꾸라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역사적, 이데올로기적, 지정학적, 문화적, 시대적, 북한 내부적 요소 등 복합적인 요소로 이루어진다. 이 복합적 요소를 아우르는 것은 중국의 국가 이익이다. 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국가 이익에 의해 좌우된다.
냉전 시기 북-중 관계는 역사적, 이데올로기적, 지정학적 요소 등으로 ‘동맹’ 관계를 이뤘다. 서방세계는 이를 서방식 ‘동맹’ 관계로 인식했다. 근대사에서 서방이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를 자기네들의 종주국과 식민지 관계로 보았던 것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신미양요 때 미국은 중국이 ‘종주국’으로 조선에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바랐지만 청은 조선이 자주국임을 강조했다.
북-중 관계는 서방식 ‘동맹’ 관계를 이룬 적이 없다. 그렇다면 북-중 관계는 정상적인 국가 관계여야 하겠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관계를 모호한 관계로 보는 견해가 없지 않다. 동맹이면 확실한 동맹 관계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확실한 정상적 국가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는 견해다.
그럼 중국의 대북 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막연하게 들리겠지만 전체적 맥락에서는 국가 이익이고 그 아래 심층에 깔려 있는 요소는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문화적 요소 측면에서 보자면 수정(綏靖)이란 단어가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주변국에 안무(按撫)에 의한 화린(和隣), 선린(善隣) 정책을 펼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를 좌우하는 것은 유교의 핵심 가치인 ‘중용지도’(中庸之道)다. 흔히 중용을 원칙 없는 타협으로 오독하지만 중용의 경지는 극단으로 가지 않고 도를 넘지 않으며 관용과 화합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중국의 대북 3대 원칙인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를 통한 해결이 바로 중국 문화의 핵심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흑백을 확실히 가르는 공세적인 문화와는 다른 것이다.
중국이 대북 정책에서 문화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은 이 요소가 쉽게 바뀔 수 있는 게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극단적인 처방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에 끼치는 영향력에서 얼마만큼 한·미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국은 자신들이 북핵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중국 속담처럼 “방울을 단 사람이 방울을 풀어야 한다”고 본다.
방울을 단 한쪽이 북한이다. 북한은 중국의 경고와 유엔의 결의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동북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에서는 북한에 우호적이던 기성세대까지 북한이 “해도 너무한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최근 대북조처도 북한 내부 요소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면 방울을 단 다른 한쪽인 미국은 ‘정의의 화신’인 것일까? 미국은 오바마 1기 4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지금도 별로 하는 일이 없다. 그러다 이제 한발 뒤로 물러서 한국을 앞에 내세우고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다. 오히려 한국과 중국이 나서서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촉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북핵 문제는 근원에 접근해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 미국이 말하는 중국 역할론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중국 영향력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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