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은 1927년부터 1949년까지 크게 두 차례의 내전을 겪었다. 항일전쟁 8년간의 국공합작 기간을 빼더라도 16년 동안이나 서로 전쟁을 치렀다. 1946년부터 1949년까지 국공내전 3년 동안 양쪽은 군인만 320만명의 사상자를 냈고 민간인 사망자 수는 50만명 이상이다. 그만큼 국민당과 공산당은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양쪽은 중국의 대문호 루쉰이 쓴 시처럼 ‘상봉일소민은구’(相逢一笑泯恩仇), 곧 만나 웃으며 지난 원한을 풀기 시작했다. 총을 맞대고 싸웠던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자기들의 전역을 토론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제 대만과 대륙은 제3차 국공합작을 운운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국공내전은 이미 끝난 전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까?
똑같이 3년 전쟁을 치른 남북한은 전쟁 동안 사망자 수만 150만명에 부상자는 360만명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남북한 전쟁 노병들이 함께 웃으며 지난 전쟁을 되돌아보는 일은 아직 꿈같은 이야기 같다.
한국전쟁 정전 60돌을 맞아 당시 총부리를 맞대고 싸웠던 중국 노병 3명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 참전 노병을 만났다. 한중문화협회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행사에서다. 한국 매체들은 이들 모두를 ‘참전용사’로 칭했다. 서로 적이었던 이들은 루쉰의 시구처럼 과거를 잊고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웃으며 반가워했다. 서로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한국전쟁은 이미 끝난 전쟁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중국군 노병들은 한국전쟁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중국 참전 노병들을 초청한 한중문화협회는 1942년 중국 충칭에서 설립된 단체다. 국민당의 중심부 충칭에 있던 한중문화협회는 임시정부, 광복군과 함께 남한에 돌아갔고 공산당의 중심부에 있던 조선독립동맹과 조선의용군은 북한으로 돌아갔다. 중국에서 일제와 싸웠던 독립운동가들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6·25전쟁에서 적으로 만났다. 중국 국공내전을 지휘한 장교들은 대부분 황포군관학교의 동기들이었지만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원수가 됐다.
왜 그들은 싸울 수밖에 없었을까? 국공내전은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분단된 남북은 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을까? 역사와 시대의 배경을 떠나서 설명이 가능한 것일까? 중국 속담에 ‘승자는 왕이고 패자는 도적’(勝者爲王,敗則爲寇)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전쟁은 모두가 승자라고 하는 특이한 전쟁이다. 그래서일까, 오늘까지도 남한은 ‘남침’을, 북한은 ‘북침’을 주장하며 서로를 ‘도적’이라고 비난한다. 증오의 뿌리는 누가 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는가에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1949년 1월부터 1950년 6·25까지 남과 북은 38선에서 무려 874차례나 되는 무력충돌을 빚었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양쪽이 고지 하나를 뺏으려고 서로 수백발의 포탄을 쏘면서 공격전과 수비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반도 상공에 분명 전운이 감돌았지만 한반도를 분열시킨 소련이나 미국,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 등 어느 누구도 이를 나서서 제지하려 하지 않았고 중재하지도 않았다.
전쟁설은 끊이지 않았지만 남과 북 교전 당사자들은 대화도 없었고 담판도 없었다. 왜 그랬을까? 애초부터 남북한이 벌인 게임이 제로섬 게임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전쟁은 결국 이 제로섬 게임의 열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뿌리는 북한의 ‘국토완정론’에도 있고 남한의 ‘실지회복론’에도 있다 하겠다.
그 한국전쟁이 멈춘 지도 60년이 된다. 남북한 참전 용사들은 여전히 전쟁 분위기에서 증오를 털지 못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전 뒤 최대의 전쟁 위기가 연출됐다.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에 계속 소금이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전쟁 노병들의 포옹은 고사하고 전쟁으로 갈라진 수천수만명의 이산가족이 생이별의 한을 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
어찌 보면 남북한은 역사에서 가장 길게, 너무나 오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젠 제로섬 게임을 접고 역사를 초월한 윈윈으로 서로가 진정한 의미의 승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진징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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