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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싱크탱크 시각] 개성공단 노동자와 ‘말춤’을 / 김보근

등록 2013-07-21 19:18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개성공단 노동자들과 싸이의 말춤을 함께 춘다면 정말 장관일 겁니다.”

한재권 개성공단비상대책위원장의 얼굴에 순간 웃음꽃이 피어났다. 얼마 전, ‘시민과 언론이 어떤 일을 하면 개성공단 정상화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물어봤을 때였다. 이야기 도중 한 위원장은 “개성의 노동자들이 싸이의 말춤을 가장 좋아한다”며 다시 그들과 함께 일하게 될 날의 감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4월 초 개성공단 잠정 폐쇄 이후 한 위원장은 몇 번이나 웃을 수 있었을까. 그를 포함한 120여 개성공단 입주 업체 대표들의 마음에는 지금 당혹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할 것이다. 이들은 그 아픈 마음속에 희망이 깃들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개성에서 열리는 ‘제5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지켜볼 것이다.

그간 4차례 실무회담을 살펴보면,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남북 모두 성실히 회담에 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때로는 단지 ‘알리바이 마련을 위해 협상 시늉만 하는 것 아닐까’ 하는 느낌이 강해지기도 했다. 바로 ‘중국과 미국에 대한 설명용 알리바이’다. 남북 모두, 개성공단이 완전 폐쇄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고 두 나라에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만 협상을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인 것이다.

실제로 협상의 차수는 늘어나는데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얘기는 별로 없다. 남은 북에 노동자를 개성공단에서 빼낸 것이 결정적 원인이니 이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으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북도 “개성공업지구 정상 운영에 저해를 주는 정치적·군사적 행위 중단” 등만 계속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이 확보용 협상’은 한반도의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개성공단의 존속 여부는 지금 우리보다 남북한의 다음 세대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은 공히 개성공단 협상이 앞으로 남북관계의 시금석이라고 말한다. 만일 개성공단이 영구히 문을 닫을 경우, 현 정권 임기 내내 남북관계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현 정부의 남북관계 파탄이 ‘중국 자본의 전일적 북한 지배’를 촉진할 가능성을 높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중국 자본이 계속 북한으로 흘러들어간다. 개성공단 영구 폐쇄는 남한과 기타 외국 자본의 북한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줘, 중국 자본이 경쟁자 없이 북에서 활동하도록 보증하는 구실을 할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남한은 미래의 큰 성장 동력 하나를 잃게 된다. 북한으로서도 좋지 않을 것이다. 중국 자본의 ‘독점적 지배’는 어떤 형태로든 북한 인민들에게 ‘독점 이윤’을 요구할 것이다. 이 경우 북한 인민이 중국 자본에 의해 더욱 큰 착취를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남북 당국이 현실 문제를 놓고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미래의 발전 동력은 훼손하지 않는 유연함을 보였으면 한다. 남북 모두 자기 주장을 약간씩만 굽히면 된다. ‘현재의 계산법’이 아니라 ‘미래의 계산법’을 사용하면 모두 승자가 된다.

한 위원장은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면 입주 기업들부터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개성 주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수익금의 일부를 개성 주민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입주 업체 대표들도 늘었단다. 개성이 단순한 ‘밥벌이용 사업장’이 아니라는 자각이 커진 것이다. 개성공단 잠정 폐쇄가 남북 모두에게 스스로를 성찰하도록 하는 약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늘 회담을 기대한다. 남북의 많은 시민들이 싸이의 말춤을 함께 멋지게 추는 그런 꿈을 꾸게 하는 회담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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